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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금융의 아버지는 농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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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금융의 아버지는 농업이다
    추석을 앞두고 채소값이 폭등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무와 상추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0% 이상 급등했고 달걀 53.3%, 오징어 53.1%, 토마토 45.3% 등 주요 식자재가 50% 안팎으로 올랐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농산물의 수급 불균형과 가격 급등으로 인한 어려움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 인류가 농산물 수급 불균형의 어려움을 항상 금융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밀, 쌀과 같은 곡물을 거래 수단으로 즐겨 사용해왔던 고대에는 이들 작물이 작황에 따라 원활히 수급되지 못하는 등의 어려움에 직면하자 가장 원시적인 금융거래 수단이자 측정 단위인 ‘화폐’를 떠올렸다. 중세 이후 여러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대규모 선단을 구성할 때도 원거리 항해로 인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공동출자라는 위험 분산 방법인 ‘주식’을 창안해냈다. ‘보험’ 역시 항해 도중 선박이나 화물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발달했다.

    [박정호의 생활 속 경제이야기] 금융의 아버지는 농업이다
    가장 현대적 금융상품인 파생상품 또한 예외일 수 없다. 19세기 미국 시카고는 중서부 지역에서 생산한 옥수수, 콩, 밀 등이 모여 거래되는 중심지였다. 수확기가 되면 한꺼번에 많은 곡물이 시카고 지역으로 몰려들었는데, 시카고에는 창고가 충분치 않았다. 겨울철에는 운하가 얼어 운송조차 못할 때도 많았다. 운송되지 못한 곡물들은 헐값에 거래되지만 운송만 되면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됐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1948년 시카고에 파생상품거래소(CBOT)가 설립됐다. 운송 여부와 상관없이 곡물을 안정적으로 거래하자는 취지였다. 오늘날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은 더욱 발달해 귀리, 쌀, 콩과 같은 주곡은 물론 커피, 코코아, 설탕, 달걀, 소고기, 돼지고기 등도 파생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최근에는 농지에 대한 투자도 전개되고 있다. 자산운용회사와 사모펀드가 농지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 농지에 투자하기 시작한 미국의 거대 연금 미국교직원연금기금(TIAA-CREF)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보유한 기관이 됐다. 농업 관련 기업들의 금융기업화도 목격되고 있다. ADM, 번기(Bunge), 카길, 드레퓌스 같은 메이저 4대 곡물기업은 아예 금융 계열사를 설립해 금융활동을 자신들의 업무에 포함시켰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보자. 명절 때마다 직면하게 되는 농작물 가격 폭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까.

    인류가 농작물 수급 과정에서 직면한 여러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금융적인 방법론을 활용했듯이, 농작물 가격 변동의 위험을 금융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이 또 한번 등장해 서민들의 주름살이 펴지는 날이 오기를 고대해본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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