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직접 대화를 강화했던 부시의 길을 갈 것인가, 북한에 차갑게 등을 돌렸던 오바마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제3의 길을 만들 것인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시험'이라고 주장한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 이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 기조에 이목이 집중되면서, 전임 두 미국 대통령의 대응이 어땠든지 새삼 주목된다.
일단 트럼프와 같은 공화당 출신이던 조지 W. 부시(2001∼2009년 재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 중반에 맞이한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 이후 북한과의 직접 대화 강화를 선택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실험 이전에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에 소극적이었고 대신 중국이 의장을 맡는 6자회담이라는 다자 틀을 북핵 해결 매커니즘으로 택했다.
미국이 참가하는 회담이지만 중국에 '외주'를 주는 성격이 강했고, 북한과의 직접 대화는 6자회담 틀 안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했다.
산고 끝에 6자회담의 결과로 북한 비핵화 합의인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지만 그 직전 미국 재무부가 북한 수뇌부 자금이 예치된 마카오 소재 중국계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고, 이에 반발한 북한은 6자회담 참가를 거부한 채 핵실험으로 내달렸다.
북한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한 뒤 같은 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여당인 공화당이 참패하자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적극적으로 하는 쪽으로 전격 방향을 틀었다.
결국 2007년 1월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간의 '베를린 회동'에서 상호 입장 절충이 이뤄짐으로써 그 다음달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를 담은 2·13 합의가 나올 수 있었다.
반대로 민주당 출신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2009∼2017년 재임)에게는 임기 첫해인 2009년 5월 25일 북한이 단행한 제2차 핵실험이 북한에 대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계기를 제공했다.
오바마는 2009년 대통령 취임 직전 이란과 쿠바, 북한을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의 정상들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적대국과의 과감한 대화를 천명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천명하기 직전인 2009년 4월 5일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은 북한에 대한 깊은 좌절감을 심었고, 그 다음달 25일 이뤄진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오바마의 대북 불신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서 결국 오바마 집권 8년간 북한은 4차례 핵실험을 단행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관여를 거부하는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일관했다.
재임중 처음 이뤄진 북핵실험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최대의 대북 영향력을 보유한 중국의 대북 압박 유도를 핵심으로 하는 고강도 제재·압박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의 7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연쇄 발사를 계기로 북핵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으로 부상한 극적 변화가 있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은 우선 순위나 엄중성 측면에서 이전 두 대통령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3일 북한 핵실험 직후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관과 개인에 대해 미국과의 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거론함으로써 북한과의 불법 거래는 물론 합법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을 추진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있다.
다만 고강도 압박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예상이기에 결정적인 순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 협상으로 전격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서는 군사적 옵션까지 심각하게 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년간의 방치 끝에 미국은 서반구에서의 우위를 회복하고, 먼로 독트린을 재확인하고 시행할 것이다.”지난달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세계를 아틀라스처럼 미국이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세계 경찰 노릇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이 도드라졌지만, 필요한 지역에는 선택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한 문서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서반구다. NSS에서 트럼프 정부는 “서반구에서 우리의 목표는 ‘(동맹국) 동원 및 (영향력) 확대”라면서 “서반구 내 군사적 존재감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마당에서 반미정권 제거NSS 발표 후 한 달 만인 3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이뤄진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는 트럼프 정부가 서반구 일대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갖겠다는 선언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접 지역에서 반미정권의 존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치하에서 베네수엘라가 “점점 더 우리의 적대국을 수용하며 미국의 이익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공격적 무기를 확보해 왔다”며 “이 모든 행동은 2세기 이상 이어진 미국 외교정책의 핵심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원칙의) 기원은 먼로 독트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우리는 먼로 독트린의 원칙을 훨씬 뛰어넘었으며 지금은 이것이 ‘돈로(먼로+도널드 트럼프) 독트린’이라고 불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자 국제사회에선 우려가 쏟아졌다. 다만 ‘친트럼프’ 성향 국가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중국 외교부는 4일 “이번 조치는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원칙 위반”이라며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즉시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무력 침략 행위를 저질렀다”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의 석방을 촉구했다.유럽은 신중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정책 고위대표는 SNS에 “마두로 정권의 정당성 부족”을 지적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국제법과 유엔 헌장의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고 적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미국과 향후 상황 전개에 관해 논의하겠다고 했다. 반면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미국의 작전을 “국제법 원칙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마약 밀거래를 부추기고 조장했다”며 미국의 개입을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멕시코, 브라질, 쿠바 등 남미 좌파 정부도 비판 성명을 냈다. 다만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자유가 전진한다!”는 글을 올렸다.이혜인 기자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돼 미국 뉴욕 구치소에 수감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부인(사진 왼쪽)과 함께 마약 밀매 혐의 등으로 이번주 미국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3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주 맨해튼 연방법원에 출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반입 공모, 기관총 및 살상 무기 소지, 기관총 및 살상 무기 소지 공모 등 네 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3월 기소된 혐의다.미국 연방검찰은 이날 다시 공개한 기소장에 “(마두로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이고 규모가 큰 마약 밀매 조직과 공모해 코카인 수천t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도록 만들었다”며 “자신과 집권 세력, 가족의 이익을 위해 코카인에 기반한 부패가 만연하도록 방치했다”고 적시했다. 마약 카르텔과 베네수엘라 정부가 협력했으며, 그 대가로 고위 관료들이 자금을 받고 조직을 보호해 줬다는 주장이다.2020년 기소 당시 윌리엄 바 미국 법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을 ‘태양의 카르텔’이라는 마약 밀매 조직의 우두머리라고 지목했다.마두로 대통령과 함께 체포된 그의 부인이자 정치적 파트너인 실리아 플로레스, 마두로 대통령의 아들, 디오스다도 카베요 베네수엘라 내무장관 등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플로레스는 마두로 대통령보다 여섯 살 많다. 변호사 출신인 플로레스는 1992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쿠데타 실패로 수감됐을 당시 변호인을 맡으며 차베스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이 과정에서 차베스를 보좌하던 마두로 대통령과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플로레스는 이후 의회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