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레이건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핵항공모함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에 대응해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방안을 본격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3일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국방부를 비롯한 유관 부처에 지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두고 보자(We’ll see)”라고 답했다.

국방부는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미국 항모강습단과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 방안을 한·미 협조로 추진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한·미 동맹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항모전단과 핵 잠수함 또는 B-52 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정기적,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요구를 미국에 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에 요청했다는 보도는 확대해석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어제(3일) 북한 6차 핵실험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 상태는 ‘베를린 구상’이나 대화보다 군사적 대치 상태를 강화하는 게 정부가 해야 할 방향 아니겠는가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송 장관의 언급대로 미국이 정례적으로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조만간 미국이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략자산을 동원해 한·미 연합 훈련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모함 및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해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와 ‘F-35B 라이트닝Ⅱ’,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와 전략폭격기인 ‘B-52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총동원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양국은 이들 전략자산과 한국의 독자 무기체계를 혼합해 사상 유례없는 대북 무력시위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 합동 훈련하는 육군·공군 > 우리 공군과 육군은 4일 동해상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미사일 합동 실사훈련을 했다. 공군이 F-15K 전투기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슬램- ER을 발사하는 모습(왼쪽)과 육군이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를 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합동 훈련하는 육군·공군 > 우리 공군과 육군은 4일 동해상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한 미사일 합동 실사훈련을 했다. 공군이 F-15K 전투기로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인 슬램- ER을 발사하는 모습(왼쪽)과 육군이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를 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방부는 우리 군의 단독 대응 조치로 공군 F-15K 전투기에 장착된 장거리 공대지 유도미사일 ‘타우러스’ 사격훈련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이달 안으로 타우러스 실사격훈련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500㎞인 타우러스는 북한의 도발 징후 포착 시 적 방공망 영역을 벗어난 후방 지역에서도 핵·미사일 시설을 비롯한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스텔스 기술이 적용돼 북한 레이더망에 탐지되지 않으며, 군용 위성항법장치(GPS)가 장착돼 전파 교란 상황에서도 표적 정밀 명중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군은 이날 새벽 북한 핵실험 도발에 대한 첫 번째 독자 대응 조치로 동해안에서 육군 탄도미사일인 사거리 300㎞의 ‘현무-2A’와 공군 공대지미사일인 사거리 270㎞의 ‘슬램-ER’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늘(4일) 새벽 일출과 더불어 공군 및 육군 미사일 합동 실사격훈련을 했다”며 “이번 합동 실사격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공해상 목표 지점을 향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