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서가에서 꺼내 읽다가 포기하길 몇 번이나 반복한 입안의 가시 같은 책이 있다. 데이비드 쾀멘의 역작 《도도의 노래(The Song of the Dodo)》가 그것이다. 도도의 노래는 ‘멸종시대의 섬생물지리학(island biogeography)’이란 부제가 내포하듯 섬이란 고립된 생태계에서 진행되는 진화와 멸종에 대한 과학서다.

경제학자인 필자가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많은 투자자와 상품들이 ‘멸종’했다. 물론 금융위기는 모든 위험자산의 가격 폭락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대부분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힘입어 대부분 금융 상품은 이후 정상 가격을 회복했고 투자자들 역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차합성 CDS(synthetic CDO squared)나 일본의 변동금리부채권과 같은 상품은 시장 자체가 도태됐고 더불어 물가연동부채권이나 전환사채에 특화한 헤지펀드 역시 퇴출됐다. 동일한 충격을 받았는데 왜 어떤 상품이나 투자자는 살아남고 어떤 상품이나 투자자는 시장에서 도태됐을까? 기존의 경제학이론에서는 이런 질문에 대해 해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진화론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둘째 도도새에 대해 느끼는 연민의 정 때문이다. 2002년 제작된 만화영화 ‘아이스 에이지(Ice Age)’를 보면 도도새의 멸종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매머드 ‘매니’나 나무늘보 ‘시드’와 수박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간헐천에 떨어져 멸종한 새들이 바로 도도새다. 그러나 도도새의 멸종은 결코 코믹하게 기술할 수 없다.

도도새는 천적을 피해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으로 도망갔다. 이 고립된 섬에서 도도새는 천적이 없었기에 비행능력이 퇴화됐고 같은 이유로 다른 동물에 대한 경계심이나 적대감도 갖지 않게 진화됐다. 16세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섬에 상륙했을 때 이 새들은 순진하게 선원들에 접근했다가 일용할 양식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결국 채 200년도 되지 않아 멸종했다. 멸종한 것도 억울한데 선원들은 이 새에게 바보라는 뜻인 ‘도도’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인간의 탐욕이 결정적이었지만 저자인 쾀멘은 섬으로 도망간 것 자체가 진화의 다양성을 저해하기 때문에 멸종의 길로 접어든 것이라고 해석한다. 필자가 주목한 것 역시 바로 이 다양성이다. 시장이든 사회든 국가든 구성원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획일화된 시장은 곧 고립을 의미하고 궁극적으로 도태될 위험성이 커진다.

위에서 언급한 일본의 변동금리부채권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 나라가 변동금리부채권을 발행한다. 그런데 일본의 변동금리부 상품은 좀 복잡하게 설계됐다. 이자율커브의 기울기가 커지면 수익이 높아지고 반대로 기울기가 작아지면 수익이 떨어진다. 즉 이자율커브 기울기에 투자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그런데 채권의 쿠폰이 음의 값을 가질 수 없으니 여기에 플로어(floor·최소보장이율)까지 장착하게 돼 그 내재가치를 파악하려면 고도의 금융공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군이 퀀트펀드로 제한됐고 이들의 투자전략 역시 획일화됐다. 이런 동조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모두 같이 망해버리게 됐고 위기가 극복된 이후에도 이 시장은 다시 회복될 수 없었다. 지난 몇 년간 필자가 주력하고 있는 연구가 이런 획일성이 가지는 위험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획일화 현상은 그 이유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이든, 친근편향이든, 대표성 휴리스틱이든 항상 경계해야 한다. 지난 정권들의 경제정책 결과가 신통치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 모사드의 ‘열 번째 사람(the tenth man)’처럼 경제정책에서도 ‘의도적’으로라도 다른 의견을 청취하면서 긴 호흡으로 개혁을 진행했으면 한다.

안동현 < 자본시장연구원장 ahnd@kcm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