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만이 아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담은 산업정책 밑그림을 내놓던 산업통상자원부는 손을 놓은 모습이다. ‘탈(脫)원전’을 뒷받침하라는 청와대 주문에 끌려다니기 바쁠 뿐이다. 장관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기업에는 “참아달라”, 앞이 안 보인다는 업계 호소에는 “상생하라”는 얘기나 늘어놓고 있는 게 지금의 산업부 모습이다.
미래 성장동력을 고민해야 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헤매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장관이 통신비 인하에 매달린 게 지금까지 한 일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시장 위에 정부 있다’는 식으로 사업자를 굴복시키는 강압적 방식이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차세대 통신 투자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까지 내놓는다. 그 사이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수많은 정부 위원회 중 하나로 전락했다. 신산업 규제개혁을 기대했던 기업들은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한국 경제가 뭘로 먹고살지를 고민해야 할 부처나 조직들 가운데 어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곳을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과 함께 추구할 것이라던 ‘혁신 성장’의 실체가 이런 수준이라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성장동력을 방치한 채 복지 잔치, 분배 전쟁 등으로 날을 지새우는 경제가 얼마나 굴러갈 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