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멕시코만을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의 후폭풍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 몰아치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급등해 갤런당 2달러대로 올라섰고, 아시아 지역의 액화석유가스(LPG)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3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휘발유 선물 9월물 가격은 장중 전날 대비 6.30% 오른 갤런당 2.00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7월 중순 이후 13개월 만에 최고치다. 휘발유 선물은 8월 들어 줄곧 하향 안정 추세를 보이다 하비가 멕시코만을 강타한 지난 25일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4일 갤런당 1.66달러였던 가격이 1주일 새 20.3% 급등했다.

멕시코만 연안에는 미국 정유공장이 밀집돼 있다. 하비로 인해 미 전체 정유공장의 4분의 1가량이 폐쇄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연일 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멕시코만 일대 정유공장들이 정상 가동까지는 최소 1주일 이상 걸려 휘발유 공급 부족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비의 여파는 아시아 LPG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에너지정보 제공업체 징가에 따르면 지난 30일 동북아시아 시장에서 프로판 9월물 스와프는 10월물보다 t당 6달러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됐다. 하비 피해로 LPG를 수출하는 텍사스 지역 주요 항만이 잠정 폐쇄되면서 프로판·부탄 등의 아시아 수출이 전면 중단된 탓이다.

미국은 전체 LPG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을 중국 일본 한국 등 동북아 국가로 수출하는데 이들 물량의 90%가량이 멕시코만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수출이 잠정 중단되자 중동의 LPG 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안오일 등도 프로판·부탄 9월물 선물 가격을 t당 40~60달러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