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쓰나미' 현실로…산업계 패닉
기아차 "연장근로수당 급증…버티기 어렵다"
협력사도 타격 "산업 기반 흔드는 대형 악재"
'도미노 소송' 예고…"인건비 부담 눈덩이"
기아차 “매우 유감스럽다”
기아차는 이날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하자 “법원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즉각 항소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입장 자료를 통해 “노조 등의 청구금액 대비 부담액이 일부 감액되긴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 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특히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통상임금 지급액을 4223억원으로 판결했지만, 기아차는 실제 부담액이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판결 금액(4223억원)은 2만7424명이 2011년 집단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3년2개월(2008년 8월~2011년 10월)간의 통상임금 인정액(3126억원)과 이자(1097억원)를 합친 것이다.
여기에 2014년 노조원 13명이 제기한 대표 소송이 별도로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소송에서도 노조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금액은 따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3년치(2011년 11월~2014년 10월) 통상임금 인정액과 이자를 전 근로자에게 적용하면 이 기간 부담액은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노조가 대표 소송 이후인 2014년 11월부터 1심 판결이 난 현재까지의 통상임금과 이자를 달라고 추가 소송을 내면 기아차는 비슷한 규모의 금액(3000억원대)을 또 내놔야 할 판이다. 법정이자와 연장휴일심야근로·연차수당 등의 인건비 증가액 등을 모두 포함해 추산한 돈이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1조원에 달한다.
기아차는 3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조원가량을 즉시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4040억원이었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최근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연장근로 수당이 50%나 늘어나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산업계에 연쇄적 타격 불가피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품사들의 납품 물량이 줄고 단가 역시 내려갈 공산이 커서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사(300여 곳)와 2·3차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5300여 곳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날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반발했다. 경총은 “1심 판결은 기존의 노사 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 주장은 받아들이면서 지난 수십 년간 노사 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해온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 역시 작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의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통상임금 소송을 벌인 100인 이상 사업장은 전국 192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서울메트로, 기업은행, 현대모비스,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제철, LS산전 등 115곳의 소송은 아직 결말을 보지 못했다. 경총은 과거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기업들의 부담이 총 3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기업 노조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간판 기업인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 지면서 다른 기업 노조들도 앞다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