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나 병원이 의무적으로 정부에 출생을 통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신고 누락에 따른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서다. 의료단체에서는 ‘행정 편의주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생에 관여한 의사나 조산사 등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8일 국회에 제출했다. 앞서 6월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증명서를 관할 시·읍·면의 장에게 보내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지금은 출생신고 책임이 부모에게 있다. 출생 한 달 내에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해야 한다. 혼인 외 출생자는 어머니에게 신고 책임이 있다. 출산 후 한 달 이내에 신고하지 않고 아이가 위태롭다고 판단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검사도 출생신고를 대신 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 출생신고 제도를 개선하려는 이유는 아동 인권 보호를 위해서다. 신고에 누락된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범죄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산모가 병원에서 출산하기 때문에 병원이나 의사의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면 사각지대가 사라질 것이란 판단이다. 현재 신생아의 99.1%(2015년 기준)가 병원에서 태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병원과 의사에게 아무런 비용 경비의 보전도 없이 행정 기관 업무를 강제로 위탁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행정 편의적이고 입법 만능주의의 탁상 행정”이라는 비난이다. 또 미혼모 등 출생 신고를 원치 않는 이들이 병원을 기피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병원에서 시범 사업으로 실시하면서 많이 다듬어졌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