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인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식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절대평가로의 전환에 교육계 안팎의 반대가 만만찮다. 교육부 예고대로 개편안이 오는 31일 발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4개) 과목만이냐 전 과목이냐가 쟁점인데, 총리와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면서 ‘확정 연기론’이 대두되는 등 혼란스런 양상이다.

대학입시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한국적 전통’을 감안하면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공교육 개선, 대학 내실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미래형 교육의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버렸다. 우리 사회의 교육 담론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수능 논쟁에서 꼭 짚어봐야 할 근본 문제가 있다. ‘경쟁’이란 무엇이며, ‘경쟁은 사회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4과목만 절대평가하면 국어·수학 경쟁만 치열해진다’ ‘전 과목을 절대평가해도 내신 경쟁이 격화될 뿐이다’는 등의 반대주장 핵심은 무엇인가. 단순히 추첨식이 아니라면 어떤 형태로든 경쟁은 있게 마련이다. 이상론적인 ‘경쟁 해소’는 그냥 주어질 수 없다. 공정이 강조되면서 대통령선거 때도 ‘수시 감축, 정시 확대’ 같은 공약이 나왔지만 경쟁구도하에서는 조삼모사격 접근일 뿐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과도한 경쟁은 물론 지양(止揚)해야 한다. 불공정 경쟁이라면 더구나 개선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입시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도 좋다. 하지만 온 사회가 ‘경쟁 해소’만 외치고 정부 정책까지 경쟁을 부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어떻게 될까. 정해진 정원(定員), 제한된 재원(財源)이라면 공정한 경쟁은 적극 수용하고 오히려 고취해야 한다.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에도 경쟁을 마치 악(惡)인 것처럼 여기는 인식이 엿보이기에 하는 얘기다. 경쟁을 경원시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평등한 기회’에 ‘공정한 과정’이라면 경쟁이야말로 정의에 부합할 것이다.

경쟁의 가치는 새삼 강조할 것도 못 된다. 교육만이 아니다. 산업과 경제에서부터 스포츠와 예술까지 경쟁 없이 발전한 분야는 없다. 한국 일본 중국은 기술과 교역에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인다.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내외의 지역 간 경쟁은 이 순간에도 치열하다. 경쟁과 그에 따른 보상이 폐허에서 현대 한국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 인터넷전문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들과 경쟁에 뛰어들면서 한 달 만에 나타나는 ‘메기 효과’를 보라. 소비자 편익이 늘었고 대출금리도 내려갔다. 경쟁의 힘이다.

경쟁은 협동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삼성과 애플, 현대자동차와 도요타의 선두다툼은 협력업체들과 협동시스템을 바탕으로 한다. 산업계의 무수한 가치사슬(value chain)이 그렇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되 ‘결과적 격차’도 담담히 받아들일 때 사회는 진일보하고 경제도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