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4차 산업혁명' 제조업, 인간의 역할 더 커진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의제로 삼은 이후 한국에서는 국가 차원의 아젠다로 발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발상지는 독일이다. 2011년부터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이라 불리는 제조업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로봇,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생산이 이뤄지는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4차 산업혁명과 제조업의 귀환》은 국내 독일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인더스트리 4.0이 주 내용이다. 지멘스 보쉬 아디다스 등 제조업 혁신의 최전선에 선 기업들의 사례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특징으로 ‘개인화된 고객의 요구사항 반영’과 ‘관련 조직의 자율성’을 꼽는다. 산업혁명은 기술뿐만 아니라 시장의 변화를 통해 이뤄진다. 획일화된 제품을 요구하던 소비자는 이젠 개인별 맞춤형 제품을 원한다. 제품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공장 자동화나 유연 생산 시스템이 아니라 다양한 첨단 기술을 통해 생산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시대가 됐다.

아디다스는 2015년 독일 본사 부근에 로봇 생산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스피드 팩토리를 설립했다.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해 발 모양을 측정하고 디자인을 정하면 5시간 만에 딱 맞는 신발을 만들어낸다. 미국 할리데이비슨도 소비자가 모터사이클의 스타일, 기능, 성능, 옵션 등 항목별로 원하는 사항을 주문하면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수많은 개인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앙집중식 통제가 아니라 부문별 자율성 확보가 필수다. 공장의 기계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태에서 각각 자율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작동해야 한다. 독일 남부 암베르크에 있는 지멘스 공장은 모든 기계 장치에 통합 소프트웨어에 연결된 1000여 개의 센서가 부착돼 있다. 공장은 기계 이상이나 불량품을 자동으로 감지하고, 하루 5000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해 생산공정과 품질을 개선한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를 통한 생산 효율화와 인력 감축이 목표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아디다스의 스피드 팩토리처럼 인건비가 싼 국가에서 고객이 있는 곳으로 공장이 이동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와 같은 엔지니어링의 문제보다는 ‘무엇을 생산할 것인가’와 같은 근원적 사유가 더 요구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런 사유는 기계로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간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독립된 자율적 주체로서 노동자의 능력과 잠재력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