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불참으로 동력 상실…정상화까지 '난항' 예상
재계도 '촉각'…"대화의 무게중심, 노동계로 기울 것"
사진은 2012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대선 후보로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특수노동직 노동자들과 간담회에서 문성현 당시 일자리위원회 위원과 함께 자리한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2012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대선 후보로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특수노동직 노동자들과 간담회에서 문성현 당시 일자리위원회 위원과 함께 자리한 모습. /연합뉴스
노동계 출신인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23일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장으로 위촉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노사정위원회가 정상화될지 주목된다.

노사정위는 현재 양대 노총의 불참으로 비정규직 문제,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확대 등 노동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양대노총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해 1세대 노동운동 대부인 문 전 대표를 노사정위원장에 위촉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가동 중단' 노사정위 정상화 물꼬 틀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8년 1월 대통령 자문기구로 출발한 노사정위는 같은 해 2월 6일 노동계·사용자 측의 입장을 조율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로 인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출범 23일 만에 경제난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달성한 것이다.

당시 노동계는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를 수용하는 대신 교원노조 허용, 노조의 정치활동 허용, 실업자의 산별노조 가입을 인정받았다.

재계는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라는 성과를 챙겼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정리해고와 파견제 허용을 둘러싼 내홍 속에 1999년 2월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지난해 1월에는 한국노총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허용하고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양대지침 강행 처리와 파견업종 확대 등을 담은 비정규직 법안 발의에 반발해 이탈했다.

노사정위원장도 벌써 1년 2개월간 공석 상태다.

지난해 6월 7일 대학교수 출신인 김대환 제11대 위원장이 한국노총 파기 선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1년이 넘도록 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실제로 노동계 출신 인사가 노사정위원장을 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한국노총 연구위원 겸 정책연구실장을 역임한 김금수 전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제 6대 노사정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주로 연구원 활동에 주력한 반면, 문 위원장은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전개한 활동가였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 양대 노총 "복귀 계획 없다"…노사정위 정상화 '험로' 예상
노사정위 정상화의 필수조건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복귀다.

노사정위원회는 모두 11명으로 구성되며, 노동계 대표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측 위원이 1명씩 참여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0일 열린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참여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양대 노총의 복귀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양대 노총은 공식적으로 "노사정위 복귀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어서 노사정위 정상화에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논평에서 "위원장이 누구인지에 따라 노사정위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면서 "개인적 인연과 친분이 아니라 노동기본권 보호를 통한 정부의 신뢰 구축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의 논평은 문 전 대표가 차기 노사정위원장으로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노동계 사정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노사정위 불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 사용자측 "노동계 인사 임명으로 공정성 훼손" 우려
재계를 비롯한 사용자 측은 노사정 대화를 공평하게 이끌어 가야 할 책무를 맡고 있는 노사정위원장에 노동계 출신 인사가 기용되자 공정성 훼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재계 안팎에서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 이어 문 신임 노사정위원장까지 노동계 출신이 맡으면서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노동계로 '무게중심'이 기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사정위원회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다양한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자리인데 노동계 출신 인사가 위원장을 맡을 경우 공정한 대화 진행이 가능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했던 소상공인연합회 김문식 부회장은 "고용부 장관과 노사정위원장이 노동계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고용노동 정책이 편향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 기자 bum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