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부총리(왼쪽)와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 사진=교육부 제공
김상곤 부총리(왼쪽)와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 사진=교육부 제공
법원이 세월호 참사 당시 시국선언에 참여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을 요구한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교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한 것으로 봤다.

서울고등법원은 21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정훈 전 위원장 등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교사선언에서 대통령 퇴진운동 선언 등을 한 것은 교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전교조 교사들이 벌인 조퇴 투쟁에 대해서도 “교원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단체행동권 행사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단 이들이 교사 시국선언 등에 이르게 된 경위와 사회적 상황을 감안해 원심의 벌금형은 다소 감경했다. 김 전 위원장에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도 1심 100만~250만 원의 벌금에서 50만~150만 원으로 줄었다.

전교조는 강력 반발했다. 선고 직후 논평을 통해 “1심에 비해 형량은 줄었으나 교사들의 양심적 행동에 여전히 유죄의 굴레를 씌웠다는 데 분노한다. 세월호 참사로 제자와 동료를 잃은 교사들이 무능한 정권에 책임을 묻는 것이 어떻게 죄가 될 수 있느냐”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전교조 합법화는 순탄치 않게 됐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장을 비롯해 대법원장, 검찰총장 등에게 시국선언 참여 교사에 대한 ‘선처’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보냈다. 전교조는 아예 교육부의 고발 취하를 압박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법부 판단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낳을 수 있어 고발 취하가 아니라 의견서 형태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고발 취하는 행정 일관성이 떨어지는 처사”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정부는 그간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문제는 사법부 판단을 보면서 속도 조절할 뜻을 내비쳐왔다. 한 교육계 인사는 “정부가 전교조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정과제에 교원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 방침을 밝힌 것도 맥을 같이 한다.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가 골자인 ILO 협약 비준은 현행 교원노조법과 상충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원노조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야당 반대가 커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교자 관계자는 “이래서야 어느 세월에 법외노조 철회가 되겠느냐”고 했다. 전교조가 합법화 해법으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철회를 강조해온 이유다.

고용부는 2013년 현직 교원만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교원노조법을 근거로 해직자 9명을 조합원으로 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한 바 있다. 전교조는 이듬해인 2014년 세월호 참사 관련 시국선언과 조퇴 투쟁을 통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 퇴진, 법외노조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가 전교조를 고발해 지난해 8월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벌금형 100만~400만 원을 선고했다. 쌍방 항소로 2심이 진행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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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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