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성장률 위협하는 만성질환 대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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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5.4% 갉아먹을 만성질환
당뇨병·뇌질환 사회적 부담 클 듯
고령화 속도 감안한 대비책 시급
이석배 <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
당뇨병·뇌질환 사회적 부담 클 듯
고령화 속도 감안한 대비책 시급
이석배 <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
문재인 정부가 최근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보장률을 현행 60% 수준에서 2022년까지 70%로 올리겠다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의료비로 연간 5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국민이 46만 명에 달한다”며 “아픈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혈액암인 백혈병이나 신부전증 등 값비싼 약이나 치료비에 대해 그동안 의료보험 혜택을 못 받던 만성질환자에게도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어 표현 중에 ‘인생에 최고의 것들은 공짜’라는 말이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인생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명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건강도 공짜로 누리는 최고의 것들 중 하나지만,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건강의 소중함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할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영어 표현이 시사하는 것처럼 돈으로 쉽게 환산할 수 없는 것이 건강의 소중함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쉽게 비용이 추정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추정해 보는 연구가 학자들에게는 무엇보다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데이비드 블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비감염성 질환(NCD)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부담이 2010~2030년 약 47조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2010년 세계 경제총생산(글로벌 GDP)의 75%에 해당한다.
최근 블룸 교수를 포함한 연구팀이 한국, 일본, 중국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추정한 연구를 발표했다. 2010년과 2030년 사이에 나라별로 국내총생산(GDP) 추이를 추정한 뒤 심·뇌혈관질환, 암, 호흡기질환, 당뇨병, 정신질환 등 5개 항목의 만성질환이 100% 제거됐을 경우의 GDP 추이를 예측해 그 차이로 만성질환의 경제적 부담을 계산했다. 그 결과 한국은 2010~2030년 GDP의 5.24%가 경제적 부담으로 예측됐고, 일본과 중국이 각각 4.46%, 7.17%로 추정됐다. 아시아 3개국 모두 만성질환의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각국에서 경제적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만성질환은 차이가 있었는데 중국은 뇌혈관질환이, 한국과 일본은 당뇨병으로 인해 비용이 가장 많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한국은 당뇨병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압도적으로 커 두 번째를 차지한 뇌혈관질환에 비해 거의 2배인 것으로 추정됐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예측됐는데, 중국의 대기오염이 심각하고 흡연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주요 요인이다.
블룸 교수팀은 거시경제학의 방법론을 차용해 이 같은 추정치를 구했다. 즉, 만성질환으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 및 생산성 저하를 고려하고, 건강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한 물적 자본 투자 감소를 감안해 그에 따른 경제성장률을 계산했다. 이 같은 연구 방법으로 구한 예측치가 어느 정도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쉽게 통일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만성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것에는 동감할 연구자가 많을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만성질환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로 정부재정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게 된 점을 감안하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각도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의사, 보건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경제학 및 다른 사회과학 전공자를 포괄하는 전문가로 구성된 대책팀을 꾸려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보건 정책이 상대적으로 더 편익이 있는지, 혹은 비용이 더 많이 드는지 이해하기 위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국민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정부의 장기 정책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석배 <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
영어 표현 중에 ‘인생에 최고의 것들은 공짜’라는 말이 있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인생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명언이라고 볼 수 있겠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건강도 공짜로 누리는 최고의 것들 중 하나지만,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는 건강의 소중함이 그 무엇보다도 절실할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부담에 대한 관심이 많다. 영어 표현이 시사하는 것처럼 돈으로 쉽게 환산할 수 없는 것이 건강의 소중함이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쉽게 비용이 추정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추정해 보는 연구가 학자들에게는 무엇보다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데이비드 블룸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2012년 연구에 따르면, 비감염성 질환(NCD)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부담이 2010~2030년 약 47조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는 2010년 세계 경제총생산(글로벌 GDP)의 75%에 해당한다.
최근 블룸 교수를 포함한 연구팀이 한국, 일본, 중국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추정한 연구를 발표했다. 2010년과 2030년 사이에 나라별로 국내총생산(GDP) 추이를 추정한 뒤 심·뇌혈관질환, 암, 호흡기질환, 당뇨병, 정신질환 등 5개 항목의 만성질환이 100% 제거됐을 경우의 GDP 추이를 예측해 그 차이로 만성질환의 경제적 부담을 계산했다. 그 결과 한국은 2010~2030년 GDP의 5.24%가 경제적 부담으로 예측됐고, 일본과 중국이 각각 4.46%, 7.17%로 추정됐다. 아시아 3개국 모두 만성질환의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 것이다.
각국에서 경제적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만성질환은 차이가 있었는데 중국은 뇌혈관질환이, 한국과 일본은 당뇨병으로 인해 비용이 가장 많이 들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한국은 당뇨병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압도적으로 커 두 번째를 차지한 뇌혈관질환에 비해 거의 2배인 것으로 추정됐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예측됐는데, 중국의 대기오염이 심각하고 흡연인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주요 요인이다.
블룸 교수팀은 거시경제학의 방법론을 차용해 이 같은 추정치를 구했다. 즉, 만성질환으로 인한 노동공급 감소 및 생산성 저하를 고려하고, 건강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인한 물적 자본 투자 감소를 감안해 그에 따른 경제성장률을 계산했다. 이 같은 연구 방법으로 구한 예측치가 어느 정도 정확한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쉽게 통일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만성질환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것에는 동감할 연구자가 많을 것이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국내 실정을 고려하면 만성질환 대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건강보험 보장범위 확대로 정부재정 부담이 이전보다 커지게 된 점을 감안하면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다각도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 차원에서는 의사, 보건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경제학 및 다른 사회과학 전공자를 포괄하는 전문가로 구성된 대책팀을 꾸려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떤 보건 정책이 상대적으로 더 편익이 있는지, 혹은 비용이 더 많이 드는지 이해하기 위한 심층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국민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정부의 장기 정책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석배 <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