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캠퍼스 인프라 활용해 R&D…교수진 자문도 받을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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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연구소 관계자들이 말하는 '에리카의 경쟁력'
국내 중견 제약회사 휴온스는 2013년 ‘모험’을 감행했다.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의 ‘학·연·산 클러스터 조성’에 참여해 회사 중앙연구소를 이곳으로 이전한 것. 국내 제약업체 중 최초 사례였다.
입주 5년차를 맞아 엄기안 휴온스 대표는 “연구소를 이전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에리카 캠퍼스의 인프라를 자유롭게 이용해 다양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데다 우수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교수들에게 자문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오랜 기간 해당 분야를 연구한 교수진의 자료를 쓸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기회”라며 “당시 이전 연구시설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과감히 연구소 이전을 결정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장비·성과 공유 ‘시너지’ 탁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역사는 곧 한국 대학 산학협력의 역사다. 한양대는 1995년 기업 지원시설인 안산테크노파크(현 경기테크노파크)를 안산캠퍼스(현 에리카 캠퍼스)에 유치한 뒤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세우고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았다. 2003년에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교육부의 수도권 교육특성화사업에 선정돼 ‘학·연·산 클러스터 기반의 대학특성화교육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에리카 캠퍼스 약대에 입주한 휴온스와의 산학협력은 학·연·산 클러스터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휴온스는 2013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약학대학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입주하면서 연구인력 및 신기술 정보 교류, 공동 연구, 연구시설 및 장비 공동 활용, 약학대 학생들의 교육 및 실습 등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에리카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평가다. 휴온스와 약대는 서로 연구 장비를 공유하고 있다. 약대 학생들은 휴온스의 광학분석장비(IR)를, 휴온스는 약학대학의 융점측정장비(DSC), 입자측정장비(CPC) 등을 사용하도록 했다. 평소 공동 연구 등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하며 신뢰를 쌓은 덕에 고가 장비를 선뜻 내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에리카 캠퍼스 학생들도 휴온스 연구원들과 접촉하며 자연스럽게 현장 감각을 익히고 있다. 화학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소진 씨(23)는 지난 1월부터 휴온스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김씨는 “수업시간에 멀리서만 봤던 장비들을 직접 다루며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면서 살아있는 지식을 얻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며 맺은 휴온스와의 인연을 이어가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휴온스 중앙연구소 인력 40여 명 중 실습생까지 포함한 9명이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출신이다. 2015년 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입사한 천연물식약팀 박채리 연구원은 “대학원 시절 같은 약학대학 건물에서 휴온스 직원들을 자주 접하며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올해 입사한 김명일 연구원은 박 연구원의 약대 후배다.
휴온스의 목표는 에리카와의 ‘동반 성장’이다. 엄 대표는 “에리카 캠퍼스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교수들이 많다”며 “교수들의 연구와 휴온스의 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의 연구가 논문 단계에서 특허로 연결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 인재 확보, 대학은 체험교육 ‘쏠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내 융합생산기술연구소인 ‘로봇그룹’은 2003년 에리카 캠퍼스에 자리를 잡았다. 로봇그룹은 7개 연구 그룹으로 구성된 생기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가장 걸맞은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동욱 로봇그룹 그룹장은 “로봇그룹은 인간지원 로봇, 필드 로봇, 로봇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실용화 기술을 개발한다”며 “연구 책임자별로 한양대의 우수한 교수진과 공동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봇그룹이 생기원 전체 입주(2007년)보다도 에리카 캠퍼스 입주를 서두른 까닭은 대학의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로봇그룹은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보조 연구원을 모집하고 있다. 로봇그룹 관계자는 “한양대에 의뢰하면 일반 구인 사이트에서 모집하는 것보다 우수한 보조 연구원을 수월하게 뽑을 수 있다”며 “주로 로봇공학과·전자공학부·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의 지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현장 경험을 쌓으며 학점도 취득할 수 있어 현장 실습 프로그램에 몰린다.
학교 측에서도 로봇그룹과의 산학협력으로 교육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매년 한양대 로봇공학과 신입생들은 에리카 캠퍼스 안에 있는 생기연 로봇그룹 연구실을 찾는다. 신입생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진행 중인 연구를 살펴보고 전공에 흥미를 갖게 하자는 취지다. 한양대 관계자는 “3년 전부터 매년 신입생 방문 행사를 열고 있는데 학생들의 평가가 매우 좋다”며 “방문 행사 덕에 연구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는 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와도 상생…과학자 꿈 심어줘
에리카는 2013년부터 매년 안산시·경기테크노파크·안산시청소년수련관과 함께 ‘안산 사이언스밸리(ASV) 과학축제’를 열고 있다.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 시민에게 과학을 쉽고 친절하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에리카 캠퍼스는 축제가 열리는 이틀 동안 연구실을 전면 개방한다. 에리카 연구진은 강연을 하면서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청소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축제기간 캠퍼스에는 각종 전시 체험관과 체험교실이 열린다. 남경주 경기테크노파크 안산산업경제혁신센터 4차산업지원팀장은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영국 케임브리지 과학축제(Cambridge Science Festival)가 ASV 과학축제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안산 시민들의 호응도 높다. 안산시 관계자는 “이제까지 안산시는 ‘제조업 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다”며 “ASV 과학축제가 연구 성과를 일반 시민과 공유하면서 안산시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입주 5년차를 맞아 엄기안 휴온스 대표는 “연구소를 이전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에리카 캠퍼스의 인프라를 자유롭게 이용해 다양한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데다 우수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교수들에게 자문도 할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오랜 기간 해당 분야를 연구한 교수진의 자료를 쓸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기회”라며 “당시 이전 연구시설과 계약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과감히 연구소 이전을 결정한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연구장비·성과 공유 ‘시너지’ 탁월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역사는 곧 한국 대학 산학협력의 역사다. 한양대는 1995년 기업 지원시설인 안산테크노파크(현 경기테크노파크)를 안산캠퍼스(현 에리카 캠퍼스)에 유치한 뒤 학·연·산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세우고 학교 부지를 무상으로 내놓았다. 2003년에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교육부의 수도권 교육특성화사업에 선정돼 ‘학·연·산 클러스터 기반의 대학특성화교육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에리카 캠퍼스 약대에 입주한 휴온스와의 산학협력은 학·연·산 클러스터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휴온스는 2013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약학대학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빌려 입주하면서 연구인력 및 신기술 정보 교류, 공동 연구, 연구시설 및 장비 공동 활용, 약학대 학생들의 교육 및 실습 등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에리카는 막대한 시간과 자금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에 최적의 환경이라는 평가다. 휴온스와 약대는 서로 연구 장비를 공유하고 있다. 약대 학생들은 휴온스의 광학분석장비(IR)를, 휴온스는 약학대학의 융점측정장비(DSC), 입자측정장비(CPC) 등을 사용하도록 했다. 평소 공동 연구 등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하며 신뢰를 쌓은 덕에 고가 장비를 선뜻 내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에리카 캠퍼스 학생들도 휴온스 연구원들과 접촉하며 자연스럽게 현장 감각을 익히고 있다. 화학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소진 씨(23)는 지난 1월부터 휴온스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김씨는 “수업시간에 멀리서만 봤던 장비들을 직접 다루며 사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며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을 바로 현장에 적용하면서 살아있는 지식을 얻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다니며 맺은 휴온스와의 인연을 이어가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휴온스 중앙연구소 인력 40여 명 중 실습생까지 포함한 9명이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출신이다. 2015년 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입사한 천연물식약팀 박채리 연구원은 “대학원 시절 같은 약학대학 건물에서 휴온스 직원들을 자주 접하며 회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올해 입사한 김명일 연구원은 박 연구원의 약대 후배다.
휴온스의 목표는 에리카와의 ‘동반 성장’이다. 엄 대표는 “에리카 캠퍼스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교수들이 많다”며 “교수들의 연구와 휴온스의 개발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의 연구가 논문 단계에서 특허로 연결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 인재 확보, 대학은 체험교육 ‘쏠쏠’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내 융합생산기술연구소인 ‘로봇그룹’은 2003년 에리카 캠퍼스에 자리를 잡았다. 로봇그룹은 7개 연구 그룹으로 구성된 생기원 융합생산기술연구소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에 가장 걸맞은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동욱 로봇그룹 그룹장은 “로봇그룹은 인간지원 로봇, 필드 로봇, 로봇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로봇 실용화 기술을 개발한다”며 “연구 책임자별로 한양대의 우수한 교수진과 공동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봇그룹이 생기원 전체 입주(2007년)보다도 에리카 캠퍼스 입주를 서두른 까닭은 대학의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다. 로봇그룹은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보조 연구원을 모집하고 있다. 로봇그룹 관계자는 “한양대에 의뢰하면 일반 구인 사이트에서 모집하는 것보다 우수한 보조 연구원을 수월하게 뽑을 수 있다”며 “주로 로봇공학과·전자공학부·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의 지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현장 경험을 쌓으며 학점도 취득할 수 있어 현장 실습 프로그램에 몰린다.
학교 측에서도 로봇그룹과의 산학협력으로 교육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매년 한양대 로봇공학과 신입생들은 에리카 캠퍼스 안에 있는 생기연 로봇그룹 연구실을 찾는다. 신입생들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진행 중인 연구를 살펴보고 전공에 흥미를 갖게 하자는 취지다. 한양대 관계자는 “3년 전부터 매년 신입생 방문 행사를 열고 있는데 학생들의 평가가 매우 좋다”며 “방문 행사 덕에 연구자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는 학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역사회와도 상생…과학자 꿈 심어줘
에리카는 2013년부터 매년 안산시·경기테크노파크·안산시청소년수련관과 함께 ‘안산 사이언스밸리(ASV) 과학축제’를 열고 있다.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 시민에게 과학을 쉽고 친절하게 알리겠다는 취지다. 에리카 캠퍼스는 축제가 열리는 이틀 동안 연구실을 전면 개방한다. 에리카 연구진은 강연을 하면서 연구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청소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축제기간 캠퍼스에는 각종 전시 체험관과 체험교실이 열린다. 남경주 경기테크노파크 안산산업경제혁신센터 4차산업지원팀장은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영국 케임브리지 과학축제(Cambridge Science Festival)가 ASV 과학축제의 롤모델”이라고 했다.
안산 시민들의 호응도 높다. 안산시 관계자는 “이제까지 안산시는 ‘제조업 도시’의 이미지가 강했다”며 “ASV 과학축제가 연구 성과를 일반 시민과 공유하면서 안산시에 대한 이미지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