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2451.53(종가)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코스피지수가 이후 4% 가까이 떨어지면서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투자 성적도 요동치고 있다. 정보기술(IT)업종을 대거 편입해 상반기 내내 상위권을 지켜왔던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하락장 방어에 실패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는 수익률 톱10 순위에서 상당수 사라졌다.
흔들리는 증시…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 성적표도 '요동'
◆체면 구긴 DS자산운용

18일 업계에 따르면 사모 방식으로 총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는 하반기 들어 전체 587개 가운데 47%가 손실(14일 기준)을 냈다. 가장 타격을 심하게 받은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사는 DS자산운용이다.

DS자산운용은 상반기에 한국형 헤지펀드 수익률 상위 10위 안에 5개의 펀드를 올려놨다. 이들은 대부분 30% 안팎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7월 이후엔 단 하나의 펀드도 톱10 안에 들지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7월 이후 1.48% 하락했다. 이 기간 DS자산운용의 한국형 헤지펀드 중엔 8%가 넘는 손해가 발생한 펀드도 있었다. 연초 이후 수익률 기준으로는 2개 펀드만 10위권에서 살아남았다.

DS자산운용은 그동안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 큰 성과를 냈다. 하나의 펀드에 여러 명의 운용역을 투입해 돈을 굴리는 방식이다. 이들 펀드매니저는 모두 IT업종을 긍정적으로 보면서 투자 비중을 높였다. 상반기엔 이런 전략이 주도해 수익률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7월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조정을 받으며 손실이 커지는 부작용을 겪었다.

DS자산운용은 하락장에 대비하기 위해 선물투자를 활용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S자산운용 관계자는 “당분간 IT 주도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를 크게 변경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롱쇼트 전략으로 수익낸 운용사

트리니티자산운용은 하락장에서 빛을 발했다. 이 회사의 멀티스트레티지 제1호는 하반기 들어 11.35%의 수익을 올렸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62.43%로, 1위에 올랐다. 회사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주축은 IT업종이었지만, 종목을 다변화해 성과가 좋았다”며 “배당주를 일부 갖고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브레인자산운용의 TG 제7호는 하반기에 5.71%의 수익을 올렸다. 연간 수익률은 세 번째로 좋았다. 수림자산운용의 수림We 제3호의 하반기 수익률도 3.63%로 양호한 편이었다. 이들 펀드는 롱쇼트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저평가돼서 오를 만한 주식은 사들이고, 고평가된 종목은 팔아 절대수익을 내는 걸 추구하는 기법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잦은 매매를 동반하는 롱쇼트 전략을 구사해 10개 펀드 모두 하반기에 3%대 수익을 냈다. 타임폴리오는 한국형 사모펀드 시장 진입 1년 만에 삼성자산운용을 제치고 한국형 헤지펀드 수탁액 1위에 올라선 회사다. 올 들어 운용하는 모든 한국형 헤지펀드가 6% 이상의 수익률로 순항하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들은 20개 가운데 19개가 수익을 내며 선방했다. 하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로 따지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6.39% 오르는 동안 코스피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린 펀드는 1개도 없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교보악사ORANGE가 11.37%로 가장 좋은 성과를 올렸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