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짝의 힘'
미국 에세이스트 조슈아 솅크가 쓴 《짝의 힘(Powers of two)》이란 책이 있다. 위대한 창조적 업적은 한 천재의 독단적 영감에서 나오는 것보다 ‘짝의 협업’에서 나오는 사례가 많다는 걸 보여준 책이다. 마리 퀴리와 그의 남편 피에르 퀴리의 라듐 발견의 업적은 연구노트에서조차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함께 나눴던 훌륭한 짝의 유산이다. 비틀스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는 음악에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았으며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컴퓨터 개발에서 탁월한 혁신을 일궈냈다.

솅크는 짝을 창조의 가장 기초적 단위라고 규정한다. 얘기를 좋아하는 천재가 있다면 누군가는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내면 구체화하고 실용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이를 감싸안을 사람도 있어야 한다. 창조적 성과는 그렇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오춘호의 글로벌 프런티어] '짝의 힘'
물론 너무나 뛰어난 스타가 있다면 이를 도와주는 조력자 관계가 있고 서로 경쟁적 관계의 쌍도 있다. 반 고흐와 앙리 마티스는 서로 치열한 경쟁자였으며 격려해주는 동반자이기도 했다. 아예 한 사람은 감춰지는 관계도 있다. 골프스타 타이거 우즈의 뒤에서 그를 도왔던 스티브 윌리엄스가 바로 그런 사이였다. 윌리엄스는 나중에 “우즈가 최고의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 도왔지만 때때로 우즈에게 노예 취급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정작 이런 짝에서 한 사람만 널리 알려지고 다른 한 사람은 무시되게 마련이다. 창조적 업적을 얘기할 때 인간 무의식에서 굳이 한 개인만 떠올리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게 학계의 보고다.

물론 이들 창조적 짝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창조는 긴장과 경쟁에서 태어난다. 그러한 불안정적인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선 서로 다른 이질적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일정한 거리를 계속 유지하고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는 게 장기간 관계를 지속하는 최선의 길이다.

일부 연구에선 연륜이 있고 경험이 많은 고참(old-timer)과 신입사원(newcomer) 간 협업에서 가장 좋은 창조적 성과를 많이 낸다고 한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나 영화 음악 등 문화 분야에서 성과가 뛰어나다.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많은 프랑스에선 아예 이런 장년의 고참들과 청년이 함께 일하는 일자리에 정부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세대를 아우르는 일자리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