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통상임금' 기아차 덮치면 5300여개 현대·기아차 협력사도 자금난 직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상임금발 제조업 위기
산업계 '통상임금 줄소송' 공포…부담액 38조
현대차 이익 1조 날아가…"자동차산업 8월 위기설"
현대·기아차 노조, 올해 또 파업 예고
산업계 '통상임금 줄소송' 공포…부담액 38조
현대차 이익 1조 날아가…"자동차산업 8월 위기설"
현대·기아차 노조, 올해 또 파업 예고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쓰나미’에 휩쓸릴 위기에 놓였다. 소송에서 패소하면 3조원에 달하는 부담을 한꺼번에 떠안아야 한다. 기아차 지분을 들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직격탄을 맞아 1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볼 판이다. 중국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장기화 및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의 줄파업 예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철수설 등과 맞물려 국내 자동차산업이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품사까지 연쇄 타격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8명은 노조 주도로 2011년 10월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을 냈다. 소급 임금 적용기간은 2008년 10월부터 소송 제기 시점인 2011년 10월까지다.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를 감안한 기간이다.
1심 결과는 오는 17일 나온다. 회사가 소송에 지면 일시 부담액만 3조원이 넘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패소 즉시 그만큼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패소하면 기아차는 △조합원 1인당 소급임금 3년치 최대 6600만원 △소송 제기 이후 판결 확정 시까지 임금 매년 최대 1200만원 △소송 제기 시점부터 법정지연이자(연 15%)를 가산한 금액 등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총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아차의 지난해 순이익(2조7456억원)보다 많다.
불똥은 현대차에도 튄다. 기아차가 3조원의 손실을 볼 경우 이 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기아차 지분율은 33.9%(1억3731만8251주)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법에 따른 평가이익이 없어져 현대차의 순이익이 최대 1조원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7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지분법에 따라 약 90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는 “중국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경영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상임금 소송까지 패소하면 기아차뿐만 아니라 현대차도 투자 여력이 감소해 글로벌 경쟁력 기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8월 위기설’ 휩싸인 韓 차산업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차량 생산 대수에 맞춰 부품을 납품해왔다. 두 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납품 물량이 줄어들면 덩달아 매출이 감소하고 납품 단가 역시 내려가게 돼 있는 구조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회사는 300여 곳이다. 2·3차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5300여 곳에 달한다. 한 부품사 최고경영자(CEO)는 “기아차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 영세한 2·3차 협력사들은 곧바로 자금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한국 자동차산업의 ‘8월 위기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 외에도 각종 악재가 즐비해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의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노조의 줄파업도 예고돼 있다. 현대차 노조는 7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0일과 14일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도 8일 쟁대위를 열고 부분파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이미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마저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GM 임직원 1만6000명의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줄소송’ 복마전 우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의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선고를 앞둔 기업은 대우여객 아시아나항공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다. 만도 삼성중공업 현대위아 등은 2심을 진행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원이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향후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총은 2013년 처음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많다. 통상임금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다른 기업 노조들도 앞다퉈 소송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10대그룹 임원은 “기아차 노조가 승소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는 기업 노조들에 추가 소송을 부추길 것”이라며 “통상임금 소송전이 복마전(伏魔殿)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상임금
일상적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 근로기준법은 야근·주말특근 등 연장근로 시 통상임금의 1. 5배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정기성), 근로자 모두에게(일률성), 추가 조건 없이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합의가 있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그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458명은 노조 주도로 2011년 10월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 소송을 냈다. 소급 임금 적용기간은 2008년 10월부터 소송 제기 시점인 2011년 10월까지다.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를 감안한 기간이다.
1심 결과는 오는 17일 나온다. 회사가 소송에 지면 일시 부담액만 3조원이 넘어 올해 연간 기준으로 적자전환이 예상된다. 패소 즉시 그만큼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패소하면 기아차는 △조합원 1인당 소급임금 3년치 최대 6600만원 △소송 제기 이후 판결 확정 시까지 임금 매년 최대 1200만원 △소송 제기 시점부터 법정지연이자(연 15%)를 가산한 금액 등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총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아차의 지난해 순이익(2조7456억원)보다 많다.
불똥은 현대차에도 튄다. 기아차가 3조원의 손실을 볼 경우 이 회사 지분을 들고 있는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는 기아차 지분율은 33.9%(1억3731만8251주)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분법에 따른 평가이익이 없어져 현대차의 순이익이 최대 1조원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아차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70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현대차는 지분법에 따라 약 900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는 “중국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경영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상임금 소송까지 패소하면 기아차뿐만 아니라 현대차도 투자 여력이 감소해 글로벌 경쟁력 기반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8월 위기설’ 휩싸인 韓 차산업
현대·기아차의 협력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차량 생산 대수에 맞춰 부품을 납품해왔다. 두 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납품 물량이 줄어들면 덩달아 매출이 감소하고 납품 단가 역시 내려가게 돼 있는 구조다. 현대·기아차의 1차 협력회사는 300여 곳이다. 2·3차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5300여 곳에 달한다. 한 부품사 최고경영자(CEO)는 “기아차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 영세한 2·3차 협력사들은 곧바로 자금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반마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미 한국 자동차산업의 ‘8월 위기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통상임금 소송 외에도 각종 악재가 즐비해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현대·기아차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의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노조의 줄파업도 예고돼 있다. 현대차 노조는 7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0일과 14일 하루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도 8일 쟁대위를 열고 부분파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이미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GM 본사가 한국에서 철수할 것이란 관측마저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GM 임직원 1만6000명의 대규모 실업 사태가 벌어질 공산이 크다.
◆‘줄소송’ 복마전 우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진행 중인 다른 기업들의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선고를 앞둔 기업은 대우여객 아시아나항공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이다. 만도 삼성중공업 현대위아 등은 2심을 진행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법원이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향후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총은 2013년 처음으로 전원합의체를 구성한 대법원의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5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많다. 통상임금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다른 기업 노조들도 앞다퉈 소송을 제기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10대그룹 임원은 “기아차 노조가 승소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갖고 있는 기업 노조들에 추가 소송을 부추길 것”이라며 “통상임금 소송전이 복마전(伏魔殿)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통상임금
일상적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 근로기준법은 야근·주말특근 등 연장근로 시 통상임금의 1. 5배를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적으로(정기성), 근로자 모두에게(일률성), 추가 조건 없이 일한 시간에 따라(고정성)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원칙(민법 제2조).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합의가 있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근로자의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돼 그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