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제2 삼성' 나와야 성공한 정권이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의 핀테크(금융기술)업체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중국은 이미 핀테크에 관한 한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 지칭되는 세계적인 기업들을 배출했고, 이들을 필두로 무섭게 질주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성공 신화가 탄생한 계기로 핀테크산업에 대한 규제 철폐를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규제가 없다기보다는 법 위에 군림하는 중국 정부가 규정들을 제쳐 두고 내부 사정상 필요에 의해 이들을 ‘공룡기업’으로 키웠기 때문으로 보였다. 따라서 중국의 경우를 우리가 그대로 벤치마킹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러운 점은 상하이의 거의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도 제2의 마윈이나 마화텅 회장이 되겠다고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통역을 맡은 젊은 여성도, 대학 교수도 모두 자신이 창업한 회사명함을 두어 개씩 돌릴 정도니, 한국 젊은이들이 서울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무원이 되겠다고 밤을 새우는 장면과 너무도 대조를 이루는 광경이었다.

한 나라가 잘 살려면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사회적으로 대접해 주고, 이런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나도 그렇게 성공한 기업인이 되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이 줄을 서야 발전하는 나라라 할 수 있다. 만일 세금을 제대로 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되려고 애를 쓰고, 사회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들이 내는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무원이 되려고 줄을 선다면 누가 세금을 내서 이들을 먹여 살리겠는가.

현 정부가 내세우는 사회 진단에는 ‘불평등’ ‘불균형’ 또는 ‘양극화’ 같은 단어들이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이 ‘공정한 경제’ ‘소득주도의 일자리 창출’ 등이다. 이 중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높이 평가하는 경제 정책은 공정경제 부문으로, 그동안 우리 경제가 관행적으로 거듭해온 불공정한 거래 관행 부문은 이번 정부 임기 내에 제대로 바로잡는 좋은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그런데 한번 우리 스스로 반문해 보자. 1980년대 세계가 부러워하는 두 자릿수 경제성장을 할 당시, 이런 ‘불평등’이니 ‘양극화’란 단어들이 언론을 장식했던가. 그렇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높을 땐 ‘파이’ 자체 크기가 빠르게 커지기 때문에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더라도 사람들 관심은 어떻게 하면 나 역시 돈을 벌 수 있을까에 집중되지, ‘양극화’ 자체가 별 이슈가 되지 않는다. 현재 6%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조차도 실제 지니계수 등 객관적 지표 면에서는 한국보다 불평등 정도가 훨씬 심하지만 정작 양극화 자체가 언론을 장식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많은 중국 젊은이들이 자신들도 성공해 ‘제2의 마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경우 양극화나 불평등 등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이런 단어들이 언론을 장식하며, 이를 기반으로 경제 정책이 펼쳐진다는 자체가 곧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졌다는 방증인 것이다. 즉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제2의 삼성을 일굴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 그때부터 사람들 관심은 대기업들이 일군 ‘파이에 대한 분배’로 옮겨 간다는 말이다.

성공한 정부가 되려면 ‘분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젊을 때 과감하게 불가능에 도전하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실패했을 때 그들을 구제해 다시금 도전하게 하고, 그렇게 해서 그들 중 제2의 ‘삼성 신화’를 만들어 내고, 이를 다른 젊은이들이 부러워하며 따라하도록 할 때 성공한 정부라 말할 수 있다.

제2의 삼성들을 만들자.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이를 따라하게 만들자. 정부 정책은 이를 뒷받침하게 만들자. 이것이 성공한 정부다.

하태형 <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