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 지표가 계속 호조세다. 전달에 이어 7월 고용지표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7월 실업률은 1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고용 성장에 이어 임금도 미미하게나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감축과 금리 인상 행보에 다시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완전 고용’ 수준의 실업률

미국 노동부가 지난 4일 발표한 7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20만9000개 증가했다. 시장예상치 18만3000개를 훨씬 웃돈 수치다. 실업률도 4.3%로 6월의 4.4%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2001년 3월 이후 16년 만의 최저치다. Fed는 완전 고용 실업률을 4.6%로 보고 있다. 노동시장 과열을 느낄 만큼 미 경제가 호황이라는 증거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총생산(GDP) 지표(2.1%)보다 경기가 좋은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양적완화 정책의 성과가 가장 부각된 해라는 견해도 있다.

신규 일자리를 업종별로 보면 레저 서비스업과 헬스케어 등이 많다. 6만2000여개로 30%가 넘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하는 제조업에서도 1만6000개가량이 증가했다. 특히 고졸 이하 저숙련 노동자에게서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동안 미국 경제 성장에서 도외시돼온 블루칼라 계층에 좋은 소식이라고 평했다. 25~54세 성인들의 일자리 비중도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달째 '고용 서프라이즈'… 미국 '9월 긴축' 힘 받았다
◆고용 증가가 임금 상승으로

무엇보다 이번 노동부 통계에서 주목되는 건 임금 상승 부분이다. 지난달 시간당 평균 임금은 26.36달러를 나타냈다. 전년 동월 대비 평균 2.5% 상승했다. 전달의 상승세와 비슷하다. 6월에 비해서도 0.3%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률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일부에선 임금 상승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임금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 0.9%로 나타났다. 지난 30년 평균 임금상승률보다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 일자리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 같은 임금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물가는 올라갈까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가 늘어나고 물가는 자연스레 오르게 마련이다. 미국의 지난 2분기 소비지출 증가율은 전분기(1.1%)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뛴 2.8%였다.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는 4개월째 정체 상태다. Fed가 가장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은 6월 불과 0.1% 상승에 그쳤다. 물가 정체의 이유는 이동통신 서비스 가격 인하와 약값 등 일부 품목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업의 성장이 물가를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Fed의 조기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인플레 기대 심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주택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20개 대도시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5.7% 뛰었다. 무엇보다 이번 7월의 고용지표가 부진한 인플레이션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망설였던 Fed의 결심을 굳히게 할 만큼 강력하다고 WSJ는 분석했다.

Fed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양적완화에서 팽창한 보유 자산 감축을 논의한다. Fed는 9월 FOMC에서 자산 축소를 정식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 시기 전망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미국 경제를 읽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