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퍼스트.’

한국의 대표 인터넷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각각 10여 곳 이상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AI였다. 이해진, 김범수 두 창업자가 직접 나서 투자를 지휘했다. 차이점도 있다. 네이버가 자율주행차 등과 연관된 가상현실(VR) 회사에 잇따라 투자한 반면 카카오는 온·오프라인 연계(O2O) 회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AI 퍼스트' 내건 양대 포털의 차기 프로젝트는…
◆“AI에서 뒤처지면 퇴출된다”

올해 네이버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인수한 곳은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이다. 구글의 딥마인드, 페이스북의 AI리서치센터, 마이크로소프트의 MS리서치센터 등과 함께 글로벌 AI 연구를 선도하는 4대 연구소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네이버는 이 연구소를 네이버랩스유럽으로 바꾸고 이곳에서 개발한 AI 기술을 네이버 서비스에 접목할 계획이다. 지난달 초에는 한국 스타트업 컴퍼니AI를 인수했다. 최적화 연구, 기계 독해, 자연어 이해 등 딥러닝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카카오도 AI기업에 잇따라 투자했다. 스켈터랩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코리아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을 지낸 조원규 대표가 설립한 회사로, AI를 활용해 사용자의 일상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서비스와 항공권 예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소비자 접점에서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와 딥러닝 기술을 결합해 개인화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지난 6월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큐브벤처스가 스톤브릿지벤처캐피탈과 함께 투자한 래블업도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분산처리 솔루션에 특화한 기업이다. 같은달 카카오브레인이 투자한 럭스로보 역시 이 회사가 보유한 마이크로 운영체제(OS) 기술을 AI 분야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네이버, 카카오 모두 회사 사활을 걸고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네이버는 5년간 5000억원을 AI 분야 R&D에 사용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직접 나서 AI 개발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을 지휘하고 있다. 차세대 플랫폼으로 손꼽히는 AI 시장에서 뒤처지면 포털·메시지 시장에서도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네이버는 VR, 카카오는 생활밀착서비스

네이버는 VR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 네이버가 후속 투자에 참여한 폴라리언트는 빛의 편광 현상을 이용해 사물의 3차원(3D) 위치 및 자세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3월 네이버랩스가 인수한 에피폴라는 3D 매핑 기술을 지닌 회사다. 두 회사 모두 네이버가 미래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을 보유한 셈이다.

지난달 240억원을 투자한 물류 회사 메쉬코리아도 서비스보다 기술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메쉬코리아는 직원의 절반가량이 개발자로 이뤄진 기술 회사”라며 “이들이 개발한 물류 배송 솔루션과 데이터에 네이버가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O2O 회사에도 활발하게 투자했다. 4월 청소 O2O 서비스를 하는 생활연구소에 투자했고 지난달에는 상업용 부동산 중개 플랫폼 네모를 운영하는 슈가힐 투자에 참여했다. 퀵서비스 전문 스타트업 원더스에도 투자했다.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O2O서비스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