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때 물산 합병 청탁 안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세 차례 독대 자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과 같은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 승마훈련을 지원하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경영권 승계 등을 청탁하기 위해 최씨 일가의 승마 지원 등 뇌물을 건넸다는 특별검사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부회장은 2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피고인으로 참석해 특검 측이 주장하는 뇌물죄 혐의 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범죄 혐의에 대해 직접 소명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대한승마협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질책한 것은 사실상 정씨를 지원하라는 지시였던 것으로 보인다’는 특검 측 지적에 대해 “독대 자리에선 그런(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 이야기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독대 직후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전 대한승마협회장)이 정씨 지원을 위한 대책회의를 했다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는 “당시엔 정유라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도 “양사 합병은 (사전 상의 없이) 해당 기업 사장들과 미래전략실에서 알아서 다 한 일”이라며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을 반대하고 나섰을 때 양사 합병안을 재고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당시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에게 제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고윤상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