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 첫날인 30일 강원 평창에 들러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왼쪽 첫 번째),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두 번째) 등과 함께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 첫날인 30일 강원 평창에 들러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왼쪽 첫 번째),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두 번째) 등과 함께 동계올림픽 스키점프 시설물을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지난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음에도 예정된 휴가에 들어간 것은 북한의 도발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시설을 둘러본 뒤 경남 진해 군부대 휴양지에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10시30분 휴가를 시작했다”며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평창올림픽 시설을 둘러본 뒤 진해 군부대 내 휴양시설에서 휴가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휴가에는 주영훈 대통령 경호실장과 송인배 제1부속실장만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당초 29일 휴가를 떠나기로 했었다. 휴가에 들어가기 전날 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 휴가를 취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29일 새벽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관련 부처에 대응 방안 마련을 지시했고, 30일 오전 평창으로 휴가를 떠났다. 대내외적으로 북한의 위협에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5월22일 하루 연차를 앞두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지만 경남 양산에서 예정대로 휴가를 보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늦게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의 휴가지를 공개했다. 앞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휴가지에 있더라도 화상 연결을 통해 군지휘부와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긴급하고 필요한 조치를 다 취했다”고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휴가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위급한 안보 상황에서 휴가를 가느냐’는 비판이 일자 진해 군 휴양시설에서 남은 휴가를 보낸다고 밝힌 것이다. 윤 수석은 “군 휴양시설로 휴가지를 잡은 이유는 북한 미사일 발사 등 긴급한 상황에서도 관련 내용을 신속히 보고받고 화상회의 등을 통해 군통수권자로서 지휘권을 행사하는 데 최적의 장소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평창에 도착해 경기장 시설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등 동계올림픽 준비 상황을 챙겼다. 문 대통령은 24일 평창올림픽 G(Game)-200일 행사장을 찾아 “평창올림픽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반드시 성공시킬 책무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붐’이 일어나지 않는 데 안타까워했다”며 “국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장소를 평창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진해로 이동할 예정이다.

역대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때마다 공개했던 ‘독서 리스트’는 이번에 밝히지 않았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휴식에 집중하겠다는 대통령의 뜻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