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금융의 역할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25일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훑어본 뒤 이렇게 말했다. 새 정부가 앞으로 추진할 경제정책에 금융 분야 비중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요즘 만나는 금융계 사람마다 ‘금융이 너무 홀대받는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계에서 금융홀대론이 화두다. 금융이 경제정책의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모습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있는 탓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실 내 경제금융비서관 직함에서 ‘금융’이란 단어가 빠지고 ‘경제비서관’이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 몸집이 줄어든 것도 금융홀대론을 부추겼다. 그간 금융위가 관할하던 기술보증기금이 정부 조직개편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넘어갔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늦어진 것도 금융홀대론을 키웠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함께한 경제사절단에도 금융계 인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새 정부 금융정책의 방향성도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 새 정부가 내놓은 금융 관련 정책은 카드 수수료 인하, 장기연체채권 소각 등 서민 지원 대책만 있었을 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고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금융 분야가 홀대받아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자금 중개를 통해 실물경제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금융의 역할이 흔들릴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이 제조업 중심의 성장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서비스산업이라는 점에서 산업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학 교수는 “미국과 일본, 중국은 핀테크(금융기술) 등 금융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금융산업 발전 속도가 너무 늦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어떤 미래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이 자칫 금융산업 성장동력을 꺼뜨릴까 우려된다는 얘기다. 새 정부 출범 석 달이 되도록 왜 금융홀대론이 계속 나오는지 청와대와 정부는 곱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정지은 금융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