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2주씩 가는 신한생명…이병찬 사장의 '휴(休)경영'
신한생명 임원 9명 중 8명은 이번 여름에 2주 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원들이 먼저 장기간 휴가를 떠나야 직원들도 눈치 보지 않고 긴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차원에서다. 빠진 한 명의 임원은 이병찬 사장(사진)이다. 이 사장도 당초 2주 휴가를 계획했으나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1주일만 가기로 해 부득이하게 한 주만 신청했다. 이 회사 1300여 명의 직원도 대부분 2주 동안의 여름 휴가를 가고 있다.

이 같은 장기 여름휴가제도는 이 사장의 ‘휴(休)경영’ 원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평소에도 “쉴 때 쉬고, 일할 때 집중해서 일하자”고 강조한다. “이제 선진국처럼 일하고, 선진국처럼 쉴 때가 됐다”는 것이 이 사장의 생각이다.

그가 ‘휴경영’에 나선 배경에는 그간 신한생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임직원의 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는 반성도 한몫했다. 신한생명은 1990년 신한은행 자회사로 설립됐다. 다른 보험사와의 인수합병(M&A) 없이 자체 성장으로만 업계 7위까지 올랐다. 그간 업무량은 다른 보험사보다 1.5배 많았다는 것이 신한생명 안팎의 평가다.

‘PC 오프’ 제도도 같은 취지에서 도입됐다. 매일 오후 6시30분이 되면 회사 전체 컴퓨터가 일시에 꺼지는 제도다. 회사가 직원들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으로 시작됐다. 원래는 2014년부터 매주 수요일만 컴퓨터가 오후 6시에 꺼지는 방식으로 해왔지만 이 사장의 특별 지시로 지난 6월부터 전면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직원들이 눈치보지 않고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퇴근 시간도 조정했다. 직원이 쏟아져 나오는 6시부터 6시30분을 피해 아예 일찍 사무실을 나서거나 오후 7시 이후 퇴근하고 있다. 이 사장은 “퇴근 시간에 나와 마주친 직원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일찍 퇴근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하곤 한다”며 “나와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게 직원들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이 같은 휴경영은 경영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질병보험과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늘었다. 보험사들은 2021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대비해 보장성보험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부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신한생명은 상반기 맺은 신계약 기준 보장성보험의 점유율이 84.2%로 64%가량인 업계 평균치보다 훨씬 높다. 이익 규모도 늘고 있다. 세전손익도 2016년 상반기 76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72억원으로 증가했다.

직원들의 업무만족도가 올라가면서 고객 서비스 질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신한생명 드림콜센터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2017년 한국산업의 서비스 품질지수(KSQI) 콜센터 부문’ 조사에서 8년 연속 우수 콜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