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북한, 러시아, 이란 3개국에 대한 각각의 제재법안을 패키지로 일괄 처리키로 했다. 공화, 민주 양당의 하원 지도부는 22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이 같은 합의에 도달했다. 표결은 25일 이뤄질 예정이다.

새 대북 제재법안은 하원을 거쳐 상원에 올라가 있으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이란, 러시아 제재법안은 상원에선 통과됐으나 하원의 문턱을 아직 넘지 못했다. 양당은 3개국 제재법안에 대한 패키지 표결이 8월 의회가 일시적으로 쉬는 휴지기에 앞서 신속처리 절차로 진행되는 만큼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기로 규정을 변경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이 법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제재 완화 등 유화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3분의 2’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의회가 다시 뒤집을 수 있는 기준선으로 의회 통과 시 법안 발효는 시간문제라고 덧붙였다.

새 대북 제재법안은 북한의 군사와 경제의 젖줄인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을 봉쇄하는 것은 물론 북한 노동자 고용과 북한 선박 운항을 금지하고, 북한의 온라인 상품 거래를 차단하는 등 전방위 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제재 대상과 행위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해 북한의 달러 유입 경로를 차단, 경제적 고립을 대폭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은 또 내달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는 렉스 틸러슨 장관이 지난 21일 미국 시민권자의 여권을 사용해 북한을 경유하거나 입국하는 것을 금지하는 ‘지리적 여행 규제’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조치는 8월 말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 사망사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북한의 외화벌이 사업 중 하나인 관광사업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은 미얀마에 북한과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압박도 가했다. 최근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미얀마에 보내 실권자인 아웅산수지 국가자문역과 민아웅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에게 수십 년째 이어져 오는 북한과 미얀마의 관계에 관한 우려를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