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워싱턴DC와 뉴욕을 29분 만에 주파하는 신개념 이동수단에 대해 미 정부에서 첫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다. 370㎞ 떨어진 두 도시를 한 시간에 왕복하는 초고속 이동수단의 등장에 거는 기대와 함께 한편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20일(현지시간)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 건설에 대해 미 정부의 구두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두 도시를 잇는 초고속 열차는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에도 정차할 것”이라며 “역마다 최대 12개의 엘리베이터 출입구가 설치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워싱턴~뉴욕 29분…일론 머스크의 '초음속 열차' 곧 달린다
머스크 CEO가 2012년 처음 제안한 하이퍼루프는 진공에 가까운 터널 속을 초음속에 근접한 속도로 날아가는 첨단 운송수단이다. 진공 상태와 비슷한 지름 3.5m의 긴 원통 터널과 그 속을 달리는 28인승 캡슐 한 량으로 구성된다. 하이퍼루프의 최대 시속은 이론상 1223㎞에 이른다. 보잉 737 여객기 속도(시속 780㎞)의 1.5배가량이다.

하이퍼루프가 빨리 달릴 수 있는 비결은 진공 터널과 추진 방식에 있다. 일반 선로를 달리는 기차는 아무리 빨라도 시속 700㎞를 넘을 수 없다. 이 속도를 넘어가면 차체가 공기 저항을 받아 양력(날아오르는 힘)이 생겨 전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루프 캡슐 열차는 차량 앞쪽 공기를 빨아들인 뒤 압축해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워싱턴~뉴욕 29분…일론 머스크의 '초음속 열차' 곧 달린다
최근에는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한 자기부상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캡슐이 지나가는 동안 자기장을 계속 바꿔주면 30t 무게의 캡슐을 1분 안에 시속 1200㎞ 이상으로 가속할 수 있다. 하이퍼루프는 지난 5월 네바다 주에 건설된 임시 주행선로에서 첫 시험주행에 성공했다.

머스크 CEO는 당초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 560㎞ 구간을 하이퍼루프로 잇자고 제안했으나 동부 도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첫 운행 지역이 바뀌게 됐다. 하이퍼루프 첫 노선은 땅속에 설치될 전망이다. 그는 4월 TED 콘퍼런스에서 “이 구간은 인구 고밀도 지역이기 때문에 모든 구간을 지하에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이퍼루프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도 늘고 있다. 동유럽의 슬로바키아는 브라티슬라바에서 코시체까지 400㎞ 구간에 하이퍼루프를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이퍼루프원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약을 맺고 160㎞ 길이의 하이퍼루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서울과 부산을 16분 만에 주파하는 한국형 하이퍼루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번 승인이 전적으로 ‘구두’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 착공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주 정부와 지역 기관의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터널 굴착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DC와 뉴욕 구간 터널 시공은 머스크 CEO가 올해 초 창업한 터널 시공업체인 보어링컴퍼니가 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보어링컴퍼니는 아직 머스크의 목표를 충족할 만큼 진전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DC와 뉴욕 구간 건설비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 560㎞ 구간의 건설 비용은 60억달러(약 6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뉴욕타임스는 “세부적인 내용이 빠진 머스크의 트윗은 많은 의문과 회의론을 불러일으킨다”며 “누가 돈을 내고 건설 기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는 논란이 일자 이날 다시 “공식 승인을 받기 위해 많은 일이 남아 있지만 급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트윗을 올렸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