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동석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 이재현 골드만삭스PIA 한국대표, 김영기 JP모간 상무, 민구 한화그룹 상무
왼쪽부터 최동석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 이재현 골드만삭스PIA 한국대표, 김영기 JP모간 상무, 민구 한화그룹 상무
마켓인사이트 7월20일 오전 6시10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40대 와튼스쿨(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출신들이 뜨고 있다. 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에서부터 거래를 중개하는 투자은행(IB), 컨설팅사까지 M&A 전 부문에 포진한 이들은 ‘MBA(경영학석사) 해병전우회’로 불릴 만큼 끈끈한 응집력을 앞세워 시장 주도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40대 와튼’의 기수(旗手)는 최동석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대표(47·2002년 졸업)다. 골드만삭스 한국 대표를 거쳐 올초 PEF 대표로 변신했다. 골드만삭스 출신 후배 20여 명이 업계에서 ‘최동석 사단’을 형성할 정도로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최 대표의 뒤를 이어 2003년 졸업생 3인방이 선 굵은 이력을 자랑한다. 골드만삭스 계열 PEF인 골드만삭스PIA의 이재현 대표(46·2003년)와 김영기 JP모간 상무(44·2003년), 이규철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부대표(43·2003년)가 그들이다. 이 대표는 대성산업가스를 1조2000억원에 팔아 올 상반기 최대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김 상무는 우리은행 민영화와 제일은행 매각, 교보 동양 현대라이프 ING생명 등 보험사 M&A를 석권했다. 이 부대표는 음원사이트 멜론을 보유한 로엔을 카카오에 팔아 국내 PEF 사상 최고 수익률을 올린 주인공이다.

전략적 투자자(SI)인 기업 쪽에선 민구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상무(42·2007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5년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부문을 일괄 인수한 ‘삼성-한화 빅딜’을 비롯해 큐셀과 두산DST 인수 등 한화그룹 M&A 실무를 지휘하고 있다.

1977년생 젊은 기수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글로벌 PEF 베인캐피털의 이정우 대표(40·2010년)가 대표 주자로 꼽힌다. 한국에 사무소를 연 지 2년 만에 화장품 회사인 카버코리아와 보톡스 제조사인 휴젤을 인수했다. IMM PE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커피 인수작업을 한 박찬우 전무(40·2007년)와 모건스탠리PE의 전태원 상무(40·2010년)는 PEF 업계에서, 조찬희 메릴린치 상무(40·2006년)는 투자은행(IB)업계에서 활약 중이다.

최원표 베인앤컴퍼니 파트너(44·2004년)와 송미선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41·2008년) 등 대형 컨설팅사의 M&A 실사 및 자문팀에도 동문이 퍼져 있다.

성낙용 전 휠라코리아 전무(2007년), 박병건 대신PE 대표(2005년), 현승윤 스톤브릿지 전무(2006년), 김선 스틱인베스트먼트 상무(2009년), 성익환 로하틴PE 상무(2013년) 등도 40대 와튼 동문이다.

해외 명문대 MBA 졸업생들이 즐비한 M&A 업계에서 유독 와튼 동문이 눈에 띄는 것은 끈끈함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워런 버핏 등을 배출한 와튼 동문의 연대감은 웬만한 고등학교 동창회 못지않다는 평가다.

이 중 40대가 주목받는 이유는 외환위기와 맞물린 한국 자본시장 개방기에 M&A 업계에 발을 디딘 후 20년 가까이 탄탄한 실무경험을 쌓은 세대이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향후 5~10년은 와튼 출신 40대 기수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