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부불망빈(富不忘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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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체력 약해지고 북핵 위기 커지는데
편을 갈라 할퀴고 집단이기주의만 만연
성장과 시장경쟁, 기업의자유 바로세워야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
편을 갈라 할퀴고 집단이기주의만 만연
성장과 시장경쟁, 기업의자유 바로세워야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
‘부자는 3대를 잇지 못한다(富不三代)’는 우리 속담은 원래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다. 1대가 무(無)에서 시작해 이룬 부를 2~3대가 다 탕진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어리석은 가족의 사례는 동서양 어디에나 풍부해서 영어권에서는 ‘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겉옷 없는 자로 시작해 다시 겉옷 없는 자로)’라는 격언이 널리 통용된다. ‘아버지는 사고 아들은 짓고 손자는 팔고 그 아들은 구걸한다’는 스코틀랜드 속담도 있다.
최근 한국이 이 격언을 입증하는 국가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완전한 빈털터리에서 시작해 지난 반세기 벼락부자가 된 사례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국가의 운명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불길하고 위험한 사건이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때 대한민국이 모든 것을 날리고 과거의 가난과 모멸의 시대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의 체력은 눈에 띄게 약화되는 중이다. 기업들은 고비용, 정부 규제, 노조의 압박 등에 시달려 폐업하거나 해외로 탈출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반(反)기업·반시장 정서는 세계 최고다. 북한의 핵(核)·미사일, 한·미 동맹 균열 등 핵폭탄급 위험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는 지금 경제성장, 시장경쟁, 기업의 자유 등을 위해 싸워야 할 보수정당이 실질적으로 없다. 국가 사회의 관심은 부자-서민, 갑-을, 대기업-중소기업 등으로 갈라 편들고 매도하는 일에만 빠져 있다. 정부는 국가재정을 헐어 공무원을 대폭 채용하고 사회 각 계층과 집단에 배분하는 일에 취해 있다. 국민은 이런 퍼주기 정치와 집단이기주의에 취해 작은 이익에 극한투쟁을 일삼게 됐다. 그리스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이런 나라는 결국 거덜나는 게 상식이다.
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방만, 낭비 외에도 수많은 비상식적 믿음이 국가결정 시스템에 쌓이는 데서 비롯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성장 지상주의’가 지금의 ‘재난 수준의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성장률이 낮더라도 ‘성장·분배의 균형, 사람 중심 경제,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는 국민성장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2013년 0.302에서 2015년 0.297로 개선됐으며 OECD 35개국 중 14위로 낮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균등함을 나타내는데, 국가 인구가 많을수록 소득격차도 늘어나 큰 나라의 지니계수는 커지는 경향이 있다. OECD의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지니계수가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독일(0.289)과 프랑스(0.297)뿐이며 미국(0.39), 영국(0.36), 일본(0.33) 등 다른 나라들은 모두 한국보다 높다. 말하자면 한국은 선진대국 중 가장 분배가 잘되고 있는 나라임을 OECD 통계가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자신의 나라를 세계 최악의 양극화에 빠진 지옥으로 여기는 이른바 ‘헬 조선’ 증상이 만연해 있다. 각박한 사회적 현상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 청소년들만 이런 자학(自虐) 증상에 빠진 데는 과도한 ‘양극화 선전’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정말 취업도 결혼도 미래도 포기하는 증상에 젖어든다면 이야말로 ‘가짜가 진짜 지옥을 불러오는 사태’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발전량의 26%를 차지하는 47년 역사의 원자력발전이 한 미생물학 교수의 제안과 대통령의 포기 선언으로 지금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성주에서는 민간인들이 한·미 동맹의 보루라 고 할 수 있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막겠다고 대로에 불법 검문소를 설치하고 군 차량, 경찰차까지 검문하는 일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법, 국회, 공권력,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엄연한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속담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재난은 결국 국민이 못난 탓에 뿌려지는 것이다.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최근 한국이 이 격언을 입증하는 국가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은 1960년대 완전한 빈털터리에서 시작해 지난 반세기 벼락부자가 된 사례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을 보면 국가의 운명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불길하고 위험한 사건이 일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런 때 대한민국이 모든 것을 날리고 과거의 가난과 모멸의 시대로 돌아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지난 수년간 한국 경제의 체력은 눈에 띄게 약화되는 중이다. 기업들은 고비용, 정부 규제, 노조의 압박 등에 시달려 폐업하거나 해외로 탈출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반(反)기업·반시장 정서는 세계 최고다. 북한의 핵(核)·미사일, 한·미 동맹 균열 등 핵폭탄급 위험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에는 지금 경제성장, 시장경쟁, 기업의 자유 등을 위해 싸워야 할 보수정당이 실질적으로 없다. 국가 사회의 관심은 부자-서민, 갑-을, 대기업-중소기업 등으로 갈라 편들고 매도하는 일에만 빠져 있다. 정부는 국가재정을 헐어 공무원을 대폭 채용하고 사회 각 계층과 집단에 배분하는 일에 취해 있다. 국민은 이런 퍼주기 정치와 집단이기주의에 취해 작은 이익에 극한투쟁을 일삼게 됐다. 그리스 베네수엘라에서 보듯 이런 나라는 결국 거덜나는 게 상식이다.
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방만, 낭비 외에도 수많은 비상식적 믿음이 국가결정 시스템에 쌓이는 데서 비롯된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성장 지상주의’가 지금의 ‘재난 수준의 양극화’를 초래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성장률이 낮더라도 ‘성장·분배의 균형, 사람 중심 경제,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는 국민성장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지니계수는 2013년 0.302에서 2015년 0.297로 개선됐으며 OECD 35개국 중 14위로 낮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균등함을 나타내는데, 국가 인구가 많을수록 소득격차도 늘어나 큰 나라의 지니계수는 커지는 경향이 있다. OECD의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지니계수가 한국과 비슷한 나라는 독일(0.289)과 프랑스(0.297)뿐이며 미국(0.39), 영국(0.36), 일본(0.33) 등 다른 나라들은 모두 한국보다 높다. 말하자면 한국은 선진대국 중 가장 분배가 잘되고 있는 나라임을 OECD 통계가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자신의 나라를 세계 최악의 양극화에 빠진 지옥으로 여기는 이른바 ‘헬 조선’ 증상이 만연해 있다. 각박한 사회적 현상은 세계 어디에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독 한국 청소년들만 이런 자학(自虐) 증상에 빠진 데는 과도한 ‘양극화 선전’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정말 취업도 결혼도 미래도 포기하는 증상에 젖어든다면 이야말로 ‘가짜가 진짜 지옥을 불러오는 사태’가 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발전량의 26%를 차지하는 47년 역사의 원자력발전이 한 미생물학 교수의 제안과 대통령의 포기 선언으로 지금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성주에서는 민간인들이 한·미 동맹의 보루라 고 할 수 있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막겠다고 대로에 불법 검문소를 설치하고 군 차량, 경찰차까지 검문하는 일이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법, 국회, 공권력,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엄연한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속담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재난은 결국 국민이 못난 탓에 뿌려지는 것이다.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