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발표한 국정 로드맵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과제 중 교육 부문은 △교육 공공성 강화 △공교육 혁신 △교육 희망사다리 복원 △고등교육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 △교육 민주주의 교육자치 강화 등이 포함됐다.

대부분 대선 공약과 관련 답변·발언을 통해 알려진 교육정책을 구체화한 가운데 대입 ‘블라인드 면접’ 도입이 눈에 띈다. 문 대통령의 교육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와 맥을 같이 한다.

블라인드 면접이 시행되면 면접관은 수험생의 출신 고교를 알 수 없게 된다.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출신의 명문대 진학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등 “출신교가 대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출신 학교에 대한 선입관을 배제해 공정한 입시를 치를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대학들이 출신 고교에 대한 편견 없이 면접을 해왔다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한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대입전형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는 ‘블라인드 선발’이 적용되지 않는다.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에 출신 고교를 기재할 수 있다. 면접은 이 서류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면접관은 서류 평가에도 참여한다. 이미 서류 검토 과정에서 출신 학교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나민구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블라인드 면접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평했다. “대학은 면접 심사를 위해 서류를 자세히 본다. 기재된 교육과정이나 운영 프로그램, 세부 특기사항 등을 통해 어느 고교인지 추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도 “서류에 출신 학교 기재가 허용된다면 블라인드 면접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차라리 면접시 교복 착용부터 금지하는 게 현실적이다. 지금은 지원자 교복만 봐도 민족사관고 학생인지 알 수 있지 않느냐”라고 귀띔했다.

특히 주요대학은 수년간 학생부종합전형을 실시하면서 웬만한 고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는 구축한 상태다. 블라인드 면접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입학처장은 “학종의 기본 취지 중 하나가 ‘고교와 대학의 연계’다. 자연히 어느 고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대학이 속속들이 알게 됐다”면서 “굳이 출신교를 밝히지 않아도 내용을 보면 어느 학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면접 외의 대입전형 단계에까지 ‘출신 고교 비공개’(블라인드) 방침을 확대하는 내용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