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극우 성향의 영남 6070(세대 중심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박형준 동아대 교수)

“보수정당이 해야 할 일은 국민이 믿고 사랑할 수 있는 ‘개혁적 중도우파정당의 재건’이다.”(나성린 한양대 교수)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두 사람은 보수 진영의 위기와 해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18일 국회에서 연 ‘보수가치 재정립 토론회’ 자리에서다. 두 사람은 발제자로 나서 ‘친정’격인 한국당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형준 교수는 당 지도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홍준표 대표를 겨냥해 “공천 파동과 총선 패배, 국정농단과 탄핵사태, 대선 참패를 겪으면서도 누구 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도, 물으려는 사람도 없다”며 “대선에서 참패한 후보가 바로 당대표가 됐다. 국민이 과연 정당성이 있다고 생각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좌파정권 실정의 반사이익에만 의존하는 정당이 미래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최후의 일각까지도 알량한 힘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노추의 정치인들만이 눈에 띌 뿐”이라고 비판했다.

나성린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가 보수주의의 침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보수 정당의 위기는 ‘스스로 개혁해야 살아남는다’는 보수 원칙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11년 지방선거 참패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등 위기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개혁을 밀어붙이면서 지지율을 회복한 사례를 들었다.

토론자들도 보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내놨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보수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부인하거나 좌파 색깔론, 음모론을 주장하는 것은 헌법적 제도를 부정함으로써 사회적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좌파에 비해 우파는 공유할 만한 지적 자산이나 문화적 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며 “지금의 우파는 부패하고 무능하면서 무지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공부하지 않고선 정권 창출도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당은 당 개혁을 주도할 혁신위원회 위원 명단을 19일 발표한다. 홍준표 대표와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철저한 비공개 속에 1주일 넘게 인선을 준비해왔다. 주로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10명을 인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