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지난 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캣츠’의 한 장면. 클립서비스 제공
캣츠의 가장 최근 한국 공연인 2015년 카산드라의 눈가에는 갈색·흰색 줄무늬가 있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개막한 올해 공연에서는 여기에 노란색 줄무늬가 더해졌다. 지난 공연 때는 머리 앞부분을 틀어올리고 하얗게 염색했지만 올해는 귀 부분만 제외하고 매끈하게 딱 붙였다. 샴고양이의 특징인 날씬한 세련미를 강조한 것이다. 따돌림 당하는 고양이 그리자벨라도 이전에는 세상 풍파에 찌들었다는 의미로 주름살, 화장 번짐 등이 두드러졌다. 올해는 실제 고양이와 비슷하게 보이도록 상당 부분 생략하는 대신 이마의 상처를 키웠다. 옷과 머리 모양도 차분해졌다.

캣츠 ‘리바이벌 버전’(분장 안무 등을 기존에 비해 많이 바꾼 것)이 국내 첫 막을 올렸다. 지난 1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이 공연은 오는 9월10일까지 계속된다. 이후에는 광주, 대전, 울산, 인천, 경기 고양시 등에서 지방공연을 한다.

경쾌한 재즈·세련된 분장…뮤지컬 '캣츠' 흥행불패 이어갈까
캣츠는 1981년 초연부터 국내에서 모두 아홉 번 무대에 올랐다. 그동안 분장 노래 안무 등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2014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시작된 리바이벌 흐름을 반영했다. 캣츠는 국내에서 팬이 가장 많은 뮤지컬인 만큼 이런 작은 변화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캣츠 오리지널 버전이 화려함에 중점을 뒀다면 리바이벌 버전은 과장을 자제하고 단순함을 추구하는 현대적 디자인 감각을 살렸다. 카산드라와 그리자벨라뿐만 아니다. 대부분 ‘젤리클 고양이’의 분장이 같은 이유로 크고 작게 바뀌었다. 분장의 중요성이 압도적으로 큰 이 뮤지컬의 특성을 감안하면 중요한 차이다.

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를 뜻하는 넘버에서도 캣츠 현대화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중풍에 걸렸지만 과거에 극장에서 아리아를 부르며 인기를 모은 고양이 거스가 부르는 ‘그로울타이거의 마지막 접전’이 대표적이다. 이 넘버는 2015년엔 오페라 아리아풍의 노래였으나 이번에는 재즈풍으로 바뀌었다. 경쾌한 재즈 멜로디가 패기 있는 젊은 고양이었던 그의 과거 모습을 한껏 띄워준다. 화려한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거스의 감정 속으로 관객을 끌고 간다.

안무는 반대로 더욱 화려해졌다. ‘검비 고양이’로 불리는 제니애니닷이 쥐들에게 탭댄스를 가르치는 장면이 이런 사례다. 2015년에는 이 장면에서 쥐와 제니애니닷만 탭댄스를 췄지만 올해는 다른 고양이들도 합류해 큰 덩어리의 군무를 선보인다. 춤 동작으로 라인댄스(여러 사람이 일렬로 줄지어 추는 춤)를 넣는 등 극적인 장면을 강화했다.

관객 서비스도 달라졌다. 젤리클 고양이들 지도자인 ‘올드 듀터로노미’는 인터미션(극 중간 휴식시간) 때도 무대에 남아 느릿느릿 돌아다닌다. 2015년 공연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당시에는 무대 위에만 있고 관객석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올해 공연에서는 관객석으로 내려와 관람객을 한 명씩 안아준다. 꼭 끌어안고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며 장난도 친다. 공연 때마다 인터미션 시간에 올드 듀터로노미를 안아보기 위해 관객들이 몰려들어 긴 줄이 이어지고 있다.

극적인 대사나 무대변환 없이도 관객을 몰입시키는 캣츠의 매력은 그대로다. 춤과 노래가 반복되지만 각각의 장면에 차별화된 매력이 있어 중복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화려한 무대 효과, 아이돌 캐스팅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한국 뮤지컬 흐름에 시사점을 준다. 6만~15만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