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급증으로 인해 그동안 유럽연합(EU)으로부터 긴축재정을 간섭받았던 그리스가 허리띠를 졸라맨 지 8년 만에 마침내 과도한 재정적자국이라는 EU의 블랙리스트에서 탈출을 앞두고 있다.

EU 집행위는 12일 그리스가 EU의 재정지출 규칙을 위반한 국가 명단에서 빠질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EU는 재정적자가 GDP(국내 총생산)의 3%를 넘어서는 회원국에 대해서는 '과도한 재정적자국'으로 지정, 재정지출 감축과 세금인상 등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EU 집행위의 피에르 모스코비치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그리스가 이제 과도한 재정적자 조치에서 벗어나 성장과 투자 고용의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돼 있다"면서 "그리스에는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 2009년 재정적자가 GDP의 15%를 상회하는 것으로 수정되면서 국가재정 상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 재정위기를 겪게 됐다.

신인도가 곤두박질쳐서 자체적으로 외채를 조달할 수 없게 되면서 그리스는 파산을 막기 위해 2010년 5월 이후 3차례 구제금융을 받았고 그 대가로 그리스 정부는 고통스러운 경제개혁과 긴축조치를 약속하고 이를 이행했다.

8년간의 노력 끝에 그리스는 작년에 0.7% 재정 흑자로 돌아서 EU의 '과도한 재정적자 조치'에서 '졸업'을 앞두게 됐다.

EU 회원국들이 그리스를 과도한 적자조치 대상국에서 제외하자는 집행위의 권고를 받아들이면 EU에서 '재정적자 GDP 3% 이내'라는 규칙을 위반한 국가는 프랑스, 스페인, 영국 세 나라만 남게 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2011년의 경우 EU 28개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GDP 3% 내 재정적자' 규칙을 위반했다.

그리스는 내년에 구제금융에서도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 수개월 내에 지난 2014년 이후 중단된 국채 발행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과도한 재정적자 조치'에서 벗어나더라도 그리스가 과거처럼 흥청망청 지출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구제금융 협상에서 그리스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경제상태는 여전히 암울하다.

작년 기준 그리스의 부채는 GDP의 179%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또 5명 가운데 1명꼴로 실업자로 나타나 실업률도 EU에서 가장 높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