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홍콩H지수(HSCEI) 폭락 여파로 꽁꽁 얼어붙었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시장의 회복세가 완연하다. 하지만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기대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ELS는 정해진 시점에 특정 지수나 주가가 일정 범위에 있을 때 미리 약속한 이자를 받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수익률 하락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ELS 수익성을 높일 만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데다 금융회사 간 시장 점유율 경쟁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불어난 ELS 시장…수익률은 홀쭉해졌네
◆발행시장 회복 조짐이지만

9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ELS 발행액은 19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0조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홍콩H지수 하락 충격을 받기 전인 2년 전 1분기(24조1000억원)에 다가섰다.

발행시장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지만 기대 수익률은 정반대다. 지난달 29일 발행된 신영증권플랜업6533 ELS와 2015년 7월3일 발행된 신한금융투자11238 ELS를 비교하면 수익성 악화 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 ELS는 코스피200, 유로스톡50, 홍콩H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며 1년 수익률은 모두 4%다. 표면금리는 같지만 조기상환 조건이 다르다. 2015년에는 세 가지 기초지수가 1년 뒤 모두 80%(기준치 대비) 이상이라면 4%의 이자를 줬다. 올해는 세 가지 기초자산이 각각 90%를 넘어야 4%의 이자를 준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ELS의 수익성도 낮아졌다. 2년 전 하나대투증권370 ELB는 코스피200지수가 발행 당시보다 높으면 연 2.3445%, 낮으면 2.3435%의 이자를 지급했다. 이에 비해 지난달 30일 나온 유진투자증권138 ELB는 코스피200지수가 발행 시점(2391)의 50% 이상(1195)일 때 2.25%, 이하일 때 2.24%를 준다. 어떤 경우와 비교해도 수익률이 0.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업계 시장 점유율 경쟁도 둔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기대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한 구조라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의 특성상 ELS 수익성이 높아지려면 시장의 움직임이 크고 빨라야 하는데 지금은 변동성이 매우 줄어든 상태”라며 “투자자에게 많은 수익을 보장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콩H지수만 해도 2년 전에는 연평균 변동성이 3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20%로 감소했다.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단이 부족한 것도 ELS 수익률 저하의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28조원의 자금이 ELS에 묶였고 아직도 절반 정도가 상환되지 못했다. 이들 홍콩H지수 관련 ELS가 만기 상환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자산운용사들이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금융당국이 ELS 발행 한도를 제한하고 있어서다. 최근 ELS 발행액이 늘어난 원인도 홍콩H지수로 잠겨 있던 ELS가 일부 상환되면서 재발행할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반면 ELS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ELS 투자는 포트폴리오(자산 배분) 차원이 아니라면 적어도 올해엔 굳이 주목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