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걸작은 작가가 만드는 게 아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니케 상은 그 섬세함과 역동성 덕분에 헬레니즘 시기를 대표하는 조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조각상이 처음부터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은 아니다. 니케 상이 1800년대 후반 복원을 마치고 처음 대중에 공개됐을 때 비평가들은 “상당히 수준 낮은 시기의 산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 정부는 니케의 이미지를 군사적 승리의 상징으로 사용했다. 때마침 루브르 박물관은 이 조각상을 계단의 꼭대기에 올림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전쟁 승리에 대한 열망이 니케 상을 단숨에 위대한 예술작품으로 만들었다.

존 니키 미국 뉴욕퀸스칼리지 교수가 쓴 《걸작의 비밀》은 미술 작품이 명성을 얻는 데 어떤 사회적 맥락이 작용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걸작이라고 말하는 예술작품이 반드시 그 작품 자체의 질 때문에 명성을 얻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 정치적 사건, 화가의 유명세, 유명인들의 한마디, 진위 논쟁, 작품의 위치 등 주변적인 사건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벨베데레(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에서 유행한 정원 건축 양식)의 아폴로’는 니케 상과 반대로 이전에는 유명했다가 특정 사건으로 갑자기 명성을 잃은 사례다. 나폴레옹은 이탈리아에서 전쟁에 승리한 뒤 1798년 파리로 입성할 때 이 조각상을 전리품으로 들고 왔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고대가 남긴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이 작품은 제일 먼저 로마로 반환됐다. 비평가들은 “질이 낮고 과장됐으며 서투르다”고 이 작품을 비난했다. 저자는 “우리의 취향은 영원하지 않으며 예술품의 명성은 뒤집힐 수도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홍주연 옮김, 올댓북스, 472쪽, 1만7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