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안보리 의장국 中 역할 주목…中 '쌍궤병행·쌍중단' 통할까
北ICBM 발사에 다른 해법…美 "강력조치" vs 中·러 '대화' 강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성공 선언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 ICBM으로 공식 확인하고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음에도 중국과 러시아 양국이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기존 대북정책을 바탕으로 추가로 북한을 더 제재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러 양국은 그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어서 갈등과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 행정부는 일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개최를 요구해 한국시간으로 6일 새벽 '북한 ICBM 제재 긴급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미국 측과 중·러가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7월 안보리 순회 의장국이 중국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의사봉을 쥐고 대화에 무게를 실으려 할 것이고, 미국 측은 강력한 추가제재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미 행정부는 일단 강력한 안보리 추가제재를 유도한다는 입장이지만, 그와는 별도로 북한을 상대로 독자제재를 하는 한편 대북 제재 미흡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압박성 조치를 할 수도 있어 미중 갈등은 고조될 전망이다.

이미 최근 중국을 최악인신매매국으로 지정하고 대만에의 첨단무기 판매, 단둥(丹東)은행 제재를 결정한 미국이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추가 금융제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 간 회동을 통해 '공조'를 더 강화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 성공 발표 직후인 4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북한에 강한 채찍보다는 '대화와 협상'을 강조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양측은 공동 성명에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점증하는 문제를 우려하며 모든 관련국은 최대한의 냉정과 인내를 유지하고 긴장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관련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대화와 협의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효율적 방안"이라면서 "양국은 다른 관련국들이 대화와 협상 재개를 위한 중러의 노력에 반응해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건설적 역할을 해주길 호소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을 성공한 상황에서 세계 어디든 겨냥할 수 있다는 ICBM 발사 성공을 발표했는데도 중러 양국 정상이 제재가 아닌 대화에 방점을 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중러 양국 외교부도 정상회담 후 중국의 기존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기초한 한반도 문제 해결책을 담은 공동 성명을 내놓았다.

중국의 해법에 러시아가 전적으로 찬동하고 나선 모양새다.

이와는 달리 북한의 핵실험과 더불어 ICBM을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레드 라인'으로 규정했던 미국은 초강경 조치에 나서겠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 사람은 할 일이 그렇게도 없나"라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겨냥해 분노를 표시했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더욱 강력한 조치로 북한의 ICBM 시험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고 북한의 핵무장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고조되고 있음을 대변한다"면서 "세계적인 위협을 멈추도록 전 세계적인 행동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언급은 강력한 안보리 제재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해석됐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한 정권에 경제적, 군사적 이익을 주거나, 유엔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위험한 정권을 돕고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다.

러시아에는 북한의 벌목공들이 대거 진출해 있고, 중국은 북한에 여러 방면의 도움을 주고 있어서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6일 새벽 안보리 긴급회의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미국은 영국, 프랑스와 함께 북한은 물론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 실행이라는 초강력 제재를 주장할 것으로 보이나, 같은 상임이사국인 중러 양국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법을 강조하며 대북 제재 수위를 낮추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제재를 논의할 안보리 긴급회의를 주재할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지금처럼 긴장이 계속 고조되기만 한다면 머지않아 통제 불능의 상태에 놓일 수 있다"면서 "그 결과는 재앙적일 것"이라며 대화 해법을 예고한 바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