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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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건설 주가는 작년 10월 말부터 8개월째 3000원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올 들어 실적이 좋아지고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 한 번도 4000원대를 밟지 못했다. 주가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과거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주식으로 바뀌면서 주가를 짓누르고 있어서다. 두산건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CB와 BW 물량은 작년 말 기준 2961억원(행사가 3585원)으로, 현 시가총액(2230억원)보다 많다.

CB, BW 등 언제든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사채를 갚지 못해 ‘잠재 주식’ 부담을 지고 있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올 들어 CB와 BW 발행이 급증하면서 상장사들의 미상환 주식 관련 사채 규모도 올 들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어섰다.

주가 오를 만하면…발목 잡는 CB·BW
3일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관련 사채를 상환하지 못한 상장사 수는 577곳으로 2015년 말(521곳)에 비해 56곳 늘었다. 이들 상장사가 발행한 미상환 CB, BW 규모도 2015년 말 5조6609억원에서 작년 말 9조9949억원으로 76.5% 급증했다. 올 들어 상반기까지 350여 개 기업이 4조7000억원 규모의 CB와 BW를 발행키로 한 만큼 상장기업의 미상환 주식 관련 사채 규모는 10조원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사채 발행 규모가 전체 시가총액과 맞먹는 상장사도 적지 않다. 사조동아원의 미상환 사채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00억원으로 시총(1089억원)에 육박한다. 올 들어 1000억원 중 200억원을 갚았지만 아직도 800억원이 남아 있다. 코스닥 바이오기업인 디엔에이링크도 과거 발행한 200억원 규모 CB가 속속 전환되면서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사채 발행이 과도하게 많았던 넥스트바이오홀딩스 스틸플라워 포티스 에이티테크놀로지 등은 결국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올 들어 강세장이 펼쳐지면서 CB와 BW 발행 기업은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상장사들이 공시한 CB와 BW 발행액(4조7000억원)은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에 신용등급이 낮은 코스닥기업을 중심으로 CB와 BW 발행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올해 강세장에서 주식 관련 사채를 일단 발행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지난해보다 강하다”고 전했다.

내년에는 CB, BW 잠재물량 부담이 올해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 형태로 발행되는 CB와 BW는 발행 1년 이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만큼 올해 발행한 사채가 내년에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어서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전환가(행사가)는 주가 하락을 반영해 조정(리픽싱)되면서 부담이 더 커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투자자는 주식 관련 사채로 조달된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조달자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않으면 결국 잠재물량 부담으로 인한 피해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