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 길에 올랐다. 이번 회담은 과거 그 어떤 양국 정상 간 회담과도 성격이 다르다. 혈맹이라고 하는 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전례 없이 묘한 갈등과 긴장을 지속 중인 상태에서 열린다는 점부터 그렇다. 회담 결과에 따라 대북 정책은 물론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 정부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만남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그 어느 때보다 현실적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북 탄도미사일의 미 본토 공격 가능성이 현실이 돼가는 시점에서 억류당했던 대학생 웜비어까지 사망하자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응징’ ‘타격’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마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CIA(미 중앙정보국)에 매일같이 북한의 동향을 물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와중에 문 대통령은 사드와 관련해 모호한 의혹 제기를 잇따라 하더니 결국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배치를 연기시켜 놓았다. 사드 반대 시위대가 주미 대사관을 포위하고, 문정인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의 한·미 훈련 축소 거론으로 논란이다. 과거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폐기를 주장했던 이가 사회부총리 후보다. 한국이 미국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문 대통령은 최근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환경영향평가가 사드 연기나 철회는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미 상원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조속배치를 촉구하는 편지를 보낼 정도로 지금 미국은 이 문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 트럼프가 사드 배치 연기에 대해 “한국은 은혜를 모른다”며 격노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사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달리 분명하고 확고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새 정부에 대한 미국의 의혹과 우려를 말끔히 해소시키는 게 급선무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발등의 불인 안보 문제에서만큼은 흔들림 없는 동맹을 확인하는, 분명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