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트랜스 휴먼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다양한 첨단기술 장치가 부착된 로봇 슈트를 입고 초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날고, 가공할 힘으로 적을 한 방에 날려버리기도 한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는 착용형 로봇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의 능력이 증강된 상태를 ‘트랜스 휴먼(trans human)’이라고 부른다.

트랜스 휴먼 관련 영화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형제가 떠올랐다. 전(前)을 의미하는 프로(pro)와 후(後)를 뜻하는 에피(epi)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 자’이고 에피메테우스는 ‘뒤늦게 생각하는 자’다. 둘은 신이 창조한 생명체에 능력을 나눠주는 임무를 받았다. 에피메테우스가 동물에게 무계획적으로 능력을 주다보니 마지막 순번인 인간에게 줄 능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고민 끝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줬다. 그로 인해 프로메테우스는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형벌을 받게 됐지만, 불을 이용해 문명을 이룬 인간은 과학기술이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인간은 치타처럼 빨리 달리지도, 맹수와 같은 힘을 지니지도, 새들과 같이 나는 능력을 갖지도 못했지만 과학기술의 힘으로 육체적 열세를 극복하는 트랜스 휴먼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어떠할까? 장애인과 고령자의 신체 활동을 돕는 로봇 슈트처럼 인간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과학기술이 활용되는 ‘유토피아적 미래’가 될까, 아니면 로봇에게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될까? 이 지점에서 에피메테우스의 아내인 판도라가 가져온 ‘판도라의 상자’를 떠올려보자. 4차 산업혁명의 여러 기술, 특히 ‘강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의 등장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판도라의 상자에 재앙과 악덕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상자의 가장 밑바닥에는 ‘희망’이 깔려 있다.

일찍이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판도라의 상자 바닥에 깔려 있던 희망을 불러내는 것, 프로메테우스처럼 먼저 생각하고 대비하면서 과학기술을 유토피아적으로 이용하는 것, 이런 실천적인 노력이 미래를 창조함으로써 주도적으로 예측하는 길이 아닐까.

박경미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kparkmath@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