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 체계 종량세로 바꾸면 저소득층 세부담 6.9% 는다"
주세(酒稅) 체계를 ‘종가세’(출고가격 기준)에서 ‘종량세’(알코올 도수 기준)로 바꾸면 저소득층의 주세 부담만 커지고 고소득층의 부담은 감소한다는 정부 용역 결과가 나왔다. 출고가격이 낮은 소주값은 오르지만 부자들이 즐겨 찾는 고급 위스키에 붙는 세금은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량세 전환을 ‘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용역으로 진행한 ‘주세 과세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한국 주세(酒稅)는 가격에 따라 세금이 매겨지는 종가세다. 이 때문에 출고가격이 저렴한 소주는 세금도 상대적으로 적게 붙는다. 하지만 소주 등의 가격이 너무 싼 탓에 소비자들이 음주량을 늘려 각종 음주사고를 유발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지적도 많다. 이에 따라 주세 총액을 유지하면서도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세수중립적 종량세’로 바꿔 소주값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성 교수는 “실효세율 인상 없이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종가세를 종량세로 전환하면 소주 가격은 오르고 고급 위스키 가격은 내려간다는 이유에서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종량세 전환 시 알코올 도수가 20도인 소주의 세금은 10.95% 늘어나고 40도인 위스키 세금은 72.44% 감소한다. 이에 따라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소득 하위 10%) 가구의 주세 부담은 6.9% 늘고 소득 10분위(소득 상위 10%)의 주세 부담은 3.9%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도 ‘종량세 전환에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날 공청회에선 세금을 적게 내는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시설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