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교육, 무용지식에서 벗어나야
중학교 사회 시험문제다. ‘동남아시아에 속하는 국가로 옳지 않은 것은?’이란 질문에 선택지로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가 주어졌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 방글라데시는 ‘남아시아’에 속한다는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무용한(obsolete) 지식(knowledge)을 ‘무용지식(obsoledge)’이라 명명했다. 학생들 머릿속에 무용지식을 구겨 넣으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고갈시키는 교육 현실이 참으로 답답하다.

1994년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은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판한 노래 ‘교실이데아’를 내놨다.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라는 노랫말에 대한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안타깝게도 23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는 현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고, 저출산 시대로 ‘구백만의 아이들’은 어느덧 부러운 숫자가 돼버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가 아니라 ‘다양한 것을 만들어내는’ 교육이 필요하다. 수학을 예로 들자면 유형화된 문제풀이를 무한 반복하며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략하고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는 경험이 필요하다. 사회과목 수업이라면 학생이 숙지해야 할 완결된 지식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사고와 경험을 재구성하는 데 필요한 소재를 제시하고 다양한 사유와 탐구로 의견을 만들도록 이끌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수업 방법도 과감하게 혁신할 필요가 있다. 지식 습득은 온라인으로 예습하고, 실제 오프라인 수업에서는 질문과 토론을 하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는 유대인의 교육법 ‘하브루타’, 실생활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협력적으로 수행하는 ‘PBL(project based learning)’, 시각적 사고를 강조하는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 등 다양한 방식이 있다.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고도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단연코 입시 때문이다. 평가와 입시가 독립변수이고 수업이 종속변수인 이상 어쩔 수 없다는 항변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하지만 그 논리에 젖어 교육문제를 방치하기에는 눈앞의 현실이 너무 엄중하다. 암울한 교육 현실의 무게가 우리의 어깨에 고스란히 내려앉아 있다.

박경미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kparkmath@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