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3명 중 2명은 재판의 방송 중계를 허용해도 좋다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이달 5~9일 전국 판사 29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재판 중계방송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14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공지했다.

총 1013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1·2심 주요 사건의 재판과정 일부 또는 전부를 재판장 허가에 따라 중계방송하자’는 의견이 67.2%에 달했다. 판결 선고 중계방송을 허용하도록 하자는 의견은 73.4%였다.

설문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최순실 게이트’ 관련 재판의 방송 여부를 염두에 뒀다는 게 법원 안팎의 시각이다.

현행 대법원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재판 시작 전 법정 내 촬영만 허용한다. 2013년부터 대법원에서는 중요 사건의 공개변론을 자체 방송설비를 통해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생방송했다. 헌법재판소는 모든 변론을 촬영해 2~3일 후 일부 개인정보를 묵음 처리한 뒤 홈페이지에 올린다. 한 현직 판사는 “국민참여재판 신청률이 3%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재판 중계를 하면 사법신뢰 회복이라는 원래 취지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설문 응답자 중 25.4%가 ‘불허’ 의견을 내놓은 배경이다. 우선 ‘중요재판’을 무슨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부터 불분명하다. 중계로 인해 재판에 끼치는 여론의 영향이 더 커질 것이란 문제도 제기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가 거부하더라도 재판장 권한에 따라 중계를 허용하면 피의자가 ‘낙인’을 찍힐 수 있다”며 “최종심인 대법원 선고 장면만 공개해온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