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내놓은 6월 펀드매니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는 기술주가 “비싸다”고 답했으며 18%는 “거품 같다(bubble-like)”고 답했다. “적정하다”고 답한 비율은 15%, “싸다”고 답한 비율은 1%에 그쳤다. 요약하면 4명중 3명은 IT기업의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며, 5명중 1명은 거품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증시 전체가 과대평가돼 있다는 응답도 44%로 지난달 37%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이같은 인식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거래’를 묻는 질문에도 나타났다. 펀드매니저의 38%는 나스닥 매수(long)을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거래로 꼽았으며 유럽주식 투자(19%)와 미국과 유럽 회사채 매수(14%)가 뒤를 이었다. 이 질문은 시장이 과열된 상태여서 초과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거래에서 발을 빼야 할 타이밍이라는 신호로 펀드매니저들은 해석하고 있다.
올해 ‘FAAM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등 ‘빅 5’의 벌어들인 이익은 S&P500기업의 전체의 3분의 1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주가 S&P500 기업들의 시가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 %가 넘으며, 2000년 초반 닷컴거품 붕괴 직전 수준까지 도달했다.
증시에 대한 불안감은 현금보유비중에서도 나타났다. 펀드매니저들은 보유자산의 5.0%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과거 10년 평균인 4.5%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달 4.9%보다 소폭 높아졌다. 증시가 조정국면에 들어갈 것을 대비해 미리 현금보유비중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와 함께 투자금도 채권시장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지난주 채권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160억달러로 최근 2년새 가장 많았으며 주식펀드에서는 13억달러가 빠져나갔다. 투자대상별로 평가를 보면 응답자의 84%는 미국증시가 가장 고평가됐다고 답한 반면 저평가된 투자대상으로는 절반 가까운 48%가 신흥국 증시를 꼽았다.
이번 달 설문조사에는 월가 펀드매니저 180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이 관리하는 총 자산은 5130억달러에 달한다. 설문조사 기간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1주일간으로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