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해진 개인투자자들, 급락한 원유·러·브 증시에 투자
최근 가격이 급락한 원유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러시아·브라질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가격이 떨어진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배짱 투자’에 나선 것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이후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하루 평균 68만2573주가 거래됐다. 지난 1~4월 하루 평균 거래량(28만6427주)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45.64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다음날인 8일 이 ETF 거래량은 276만9732주까지 급증했다. 지난해 4월21일(446만7040주) 후 가장 많은 규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말 배럴당 51달러를 넘었던 WTI 선물 가격이 현재 45~46달러 선까지 내려오자 ‘바닥’이라고 판단한 개인들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이 셰일 오일 생산량을 늘리면서 국제 유가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발(發) 위기가 불거지지 않는 한 올 하반기 유가는 배럴당 30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인들은 8일 원유 선물지수 상승분의 약 두 배만큼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도 276만6544주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날 이 ETN 주가는 7.53% 급락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두 상품을 한 주도 거래하지 않았다.

국제 유가 하락과 정치 불안 등으로 최근 한 달 새 주가지수가 급락한 러시아와 브라질 주식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각각 -5.65%와 -0.73%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각각 15.13%, 11.80%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중국과 유럽 주식형 펀드에 비해 형편없는 성적을 냈지만, 연초 이후 431억원과 120억원이 순유입됐다. 반면 중국과 유럽 주식형 펀드에선 같은 기간 5045억원과 4928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과 러시아 펀드는 경제 펀더멘털(기초 체력)과 관계없이 대외 여건에 따라 수익률이 급등락을 되풀이할 수 있는 만큼 섣불리 바닥에 근접했다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원유에 투자하고 싶지만 원금 손실이 두려운 ‘소심한’ 투자자들 사이에선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이 인기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WTI와 브렌트유를 기초 자산으로 한 공모형 DLS는 총 4486억원어치가 발행됐다. 지난해 전체 발행액(3981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DLS는 원유·귀금속·곡물 등 기초 자산 가격이 1~2년 동안 40~60% 하락하지 않으면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정기옥 하나금융투자 프로덕트솔루션실 차장은 “DLS는 펀드나 ETF보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작아 신중한 투자자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