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의 아버지'가 만든 폰 성공할까
구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만들어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사진)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루빈은 2004년 안드로이드를 창업해 2005년 구글에 매각한 뒤 약 8년 동안 구글 내 안드로이드 사업부를 이끈 인물이다. 중저가폰 시장에선 아마존이 화제다. 고가폰 시장에서 쓴맛을 본 아마존은 인도 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폰으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다.

◆루빈의 새로운 도전

루빈이 만든 회사인 이센셜은 지난달 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안드로이드폰 ‘이센셜 PH-1’을 공개했다. 티타늄과 세라믹 재질로 만들어져 알루미늄을 사용한 애플 아이폰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35 프로세서를 장착해 속도가 빠르고, 스마트폰용 액세서리인 360도 카메라를 통해 입체 영상도 찍을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한 선주문 가격은 699달러다.

외신들은 나쁘지 않은 제품인 것은 분명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더버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인데 벤처기업의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이 얼마나 팔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앤디  루빈이  만든
스마트폰  ‘이센셜 PH-1’
앤디 루빈이 만든 스마트폰 ‘이센셜 PH-1’
이어 “루빈의 스마트폰이 삼성과 애플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은 루빈도 잘 알 것”이라며 “삼성과 애플은 브랜드 가치가 높고 수직적인 공급망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이센셜이 다가가기 어려운 상대”라고 진단했다.

이센셜은 PH-1을 한정 생산할 방침이다. 희귀한 상품이란 이미지를 부여해 스마트폰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은 이센셜의 성공 여부가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 등 미국 통신사업자들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699달러에서 749달러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어떤 조건으로 통신사에 공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란 얘기다.

◆아마존의 권토중래

중저가폰 시장에선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 업체인 아마존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마존은 금명간 인도 등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스마트폰 ‘아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외신들은 아이스의 OS는 안드로이드 7.1 누가이며 가격은 95달러(약 10만6000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화면 크기는 5.2~5.5인치다. 스냅드래곤 435 칩셋이 들어가고 메모리 2기가바이트(GB), 저장용량 16GB가 기본 구성이다. 후면 카메라는 1300만 화소에 지문 스캐너가 달려 있다.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인 ‘알렉사’는 아이스에 탑재되지 않는다.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알렉사를 제공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의 스마트폰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 네 개의 카메라를 부착한 ‘파이어’란 이름의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 제품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단종됐다. 판매량도 출시 후 1년간 3만5000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전작의 실패를 감안해 신흥국 중저가 시장으로 타깃을 바꿨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나 애플과 고가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보다 중저가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싸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AI 사업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 아이스폰을 내놓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흥국 아이스폰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AI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란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