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기술 개발하는 박광일 피엘케이테크놀로지 대표 "자동차의 눈 만들며 로봇 개발 꿈 이뤄갑니다"
차량용 카메라 센서는 ‘자동차의 눈’이다.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이스라엘 모빌아이는 지난 3월 153억달러(약 17조원)에 미국 인텔에 팔렸다.

‘한국의 모빌아이’라고 불리는 피엘케이테크놀로지의 박광일 대표(사진)를 서울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자동차의 심장(엔진)보다 두뇌(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다”며 “자동차 강국도 독일과 일본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내벤처로 출발한 피엘케이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국내 반도체 유통업체 유니퀘스트에 119억원(지분 56.4%)에 인수됐다.

“어릴 적 꿈이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주인공인 훈이보다 김 박사가 더 멋있어 보였죠.”

로봇을 만들겠다는 꿈은 커서도 바뀌지 않았다. 박 대표는 대전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KAIST에 들어갔다. 대학원에선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한 오준호 교수 밑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1996년 병역특례로 현대차 연구소에 들어갔는데, 자동차가 로봇과 가장 비슷하다는 게 이유였다. 마침 창업 붐이 일면서 회사마다 사내벤처 제도가 생겨났다. 박 대표도 같이 회사를 다니던 과학고·KAIST 동기 2명과 함께 사내벤처에 지원했다. 그렇게 2000년 현대차 사내벤처 2호로 피엘케이가 시작됐다. “대학에서 하던 연구가 ‘로봇의 눈’을 개발하는 일이었어요. 자동차 회사에 들어왔으니 이를 응용해 ‘자동차의 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한 거죠.”

당시만 해도 차량용 카메라 센서라는 게 생소했지만 박 대표는 확신이 있었다. 2003년 현대차에서 독립하고 2006년 첫 제품이 나왔다. 차로이탈 경보장치였다. 그해 현대차 버스 ‘유니버스’와 트럭인 ‘트라고’, 기아차 ‘K9’에 이 제품이 들어갔다. 2009년에는 현대차 ‘에쿠스’에도 피엘케이의 차로이탈 경보장치가 달렸다. 그는 “카메라 센서는 입력받은 화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이 더 중요하다”며 “나라마다 다른 차선 색깔, 도로에 드리워진 그림자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엘케이의 경쟁력은 카메라 센서 원천기술이다. 박 대표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에 앞서 많은 자동차 회사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도입하고 있지만 이를 자체 기술로 구현한 회사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ADAS란 차로이탈 경보, 전방추돌 경보, 앞차 출발 알림, 보행자 인식, 교통신호 인식 등으로 운전자를 도와주는 기능을 말한다. BMW를 비롯해 대부분 자동차 회사는 모빌아이의 카메라 센서 칩인 ‘아이큐(EyeQ)’를 쓰고 있다.

그는 “모빌아이의 기술력이 뛰어난 것은 맞지만 카메라 센서 칩에 내장된 알고리즘을 자동차 회사가 건드릴 수 없게 해놨다”며 “이 때문에 자율주행에 필요한 다른 센서와 융합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자율주행차에는 카메라 센서 외에 라이다(레이저로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 등 여러 센서가 들어가는데, 여기서 들어오는 정보를 하나로 통합 처리해야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테슬라가 자율주행 중 일어난 운전자 사망 사고 이후 모빌아이와 결별한 것도 센서 융합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자동차 회사는 모빌아이 칩을 쓰면서 기술적으로 종속되거나 스스로 기술을 개발해 독립해야 한다”며 “카메라 센서 원천기술을 갖고 있고 다른 센서와 자유롭게 융합을 허용하는 피엘케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엘케이는 다양한 분야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굴삭기 회사에 카메라 센서를 공급했다. 굴삭기 회전 반경에 사람이 있으면 저절로 동작을 멈춘다. 올 2월에는 국내 전세버스조합의 ADAS 장착 시범사업 수행 업체로 선정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