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으로 귀향해 2010년 창업한 남우영 야생초 대표(44)는 나노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저염김치로 지난해 8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염도 1.7 이하에서는 유산균이 잘 증식하지 못하고 부패한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남 대표는 야생초의 쓴맛을 활용해 짠맛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개발, 염도 0.6%의 저염김치를 2012년 5월 특허등록했다. 저염김치 기술이 알려지면서 2015년 한 투자회사로부터 30억원도 투자받았다. 투자받은 자금으로 김치에서 추출한 유산균을 사용해 식물성 치즈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울진에서 3만3000㎡의 농장과 공장을 운영한다. 야생초 수확을 위해 24명의 노인 일자리도 만들었다.

경상북도는 도시에서 귀촌해 기업을 일구는 청년 기업인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도시청년시골파견제 등 농촌형 청년 일자리 정책을 추진한다고 7일 발표했다.
김남일 도 일자리민생본부장은 “경상북도의 새 청년일자리정책은 지방 소멸 위기에 빠진 경북의 농촌마을을 살리면서 청년 기업인들의 귀촌과 창업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상북도는 노령화와 인구 감소로 2040년 23개 시·군 가운데 17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고향인 상주로 돌아온 여성 청년 기업인 이정원 씨(32)는 상주의 휴경지 4300㎡를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 이씨는 벼 농사와 단호박 농사를 지으며 후계농업인 청년 2명, 장년농업인 5명과 함께 2013년 쉼표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대표를 맡았다. 이 대표는 수확한 농산물에 ‘미녀농부’라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입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이 대표는 “정부의 청년 지원 정책이 도시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며 “농촌에서 창업하려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한다면 휴경지를 줄여 농촌도 살리고 청년 일자리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봉국(30)·은숙(28) 남매는 2015년 고향 할머니들과 패션팔찌와 반지를 만들어 판매하는 패션 기업 마르코로호를 상주에서 창업했다. 신봉국 대표는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과 빈곤율이 1위라는 뉴스를 접하고 초등학교 교사 자리를 그만두고 귀향해 창업했다”고 소개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신은숙 씨는 “할머니들의 지혜와 경험이 담긴 세상에서 하나뿐인 팔짜와 반지라는 의미를 제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제품은 코팅한 폴리에스터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일부 유명 연예인들이 착용하면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2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매출의 5%를 소비자가 선택하는 곳에 기부해 젊은 층의 기부도 유도하고 있다.

신봉국 대표는 “농촌지역 할머니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기부문화도 확산시키는 패션 기부캠페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