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생리, 자궁 기형이 문제일 수 있다
생리양 과다로 ‘빈혈’이 오면 어지럼증 외에 심한 피로감, 무기력감, 신경쇄약,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 두통, 숨가쁨, 소화불량, 체중 증가 또는 감소 등의 다양한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본격적인 학업 관리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학업 성적이 떨어지거나 신체 활동이 둔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와 학생들은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생리과다로 생긴 빈혈인줄 모르고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초경 때부터 혹은 20대 전후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분만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데, 분만 후 생리 과다로 빈혈이 오면 피로감이 심해져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무기력해지거나 감정적으로 예민해져 짜증을 잘 내게 되기도 한다.
빈혈을 일으키는 원인은 영양 섭취 부족, 지혈 기전 이상, 자궁과 난소의 이상, 호르몬 계통의 문제 등을 꼽아 볼 수 있는데, 이외에 자궁의 기형도 원인으로 꼽힌다. 자궁 기형은 아직 생소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일반적으로 5.5%~9%의 유병율을 보이므로 비교적 흔하다고 볼 수 있다.
자궁 기형의 유병률은 불임환자에서 8%, 자연 유산을 겪은 경우에 13.3%, 자연유산과 불임이 있으면 24.5%라고 한다. 자궁 기형의 유형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궁상(활모양) 자궁이 가장 많고, 산과적 위험도가 높은 사람에서는 중격 자궁이 많다. 엄마 자궁 속에서 태아가 발육하는 초기에 두 개의 관이 융합하면서 자궁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 오류가 생기면 궁상 자궁, 두 자궁, 두뿔 자궁, 중격 자궁 등의 기형적 자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기형자궁 환자들 중 50% 정도는 증상이 없다고 하나, 그 외에서는 빈혈은 물론이고 불임, 초기 또는 만기 유산, 자궁 밖 임신, 조기 분만, 태위 이상, 저 출생 체중아, 전자간이나 태반 조기 박리 등의 증상들이 흔히 발생하고 자궁파열, 제왕절개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태아의 위치가 둔위이거나 횡위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다 생리의 경우도 기형 자궁으로 인해 자궁 내벽이 넓어져서 정상 자궁을 가진 경우 보다 생리양이 더 많이 만들어져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궁 기형의 진단은 엠알아이나 복강경 등의 도움 없이도 복부 또는 질 초음파로도 주의 깊게 보면 알 수 있는데, 좀 더 정확한 진단은 월경주기 상에서 배란 이후 시기나, 임신 초기에 초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시기에 따라 다른데, 사춘기에서 결혼 전까지는 호르몬제 투여, 철분제 복용, 진통 진경제 등으로 빈혈과 생리통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고 결혼 후 유산이나 불임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자궁경 치료가 필요하다. 출산을 다 끝낸 경우라면 부인과를 찾으면 된다. 단, 정밀한 초음파 진단을 할 수 있고 고주파 용해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면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혹시 우리의 딸, 며느리, 아내가 과다출혈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 자궁기형 때문은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할것이다.
<도움말: 남장현 산부인과 남장현 원장>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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