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생리, 자궁 기형이 문제일 수 있다
여성들의 초경은 대략 11~13세에 시작하게 되며 이 때를 사춘기의 시작으로 본다. 그런데 초경부터, 또는 20대 전후나 분만 후에 월경량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거나 생리통이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생리양 과다로 ‘빈혈’이 오면 어지럼증 외에 심한 피로감, 무기력감, 신경쇄약, 집중력과 기억력 감퇴, 두통, 숨가쁨, 소화불량, 체중 증가 또는 감소 등의 다양한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본격적인 학업 관리와 진로에 대한 고민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증상들로 인해 학업 성적이 떨어지거나 신체 활동이 둔해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와 학생들은 이러한 증상의 원인이 생리과다로 생긴 빈혈인줄 모르고 그대로 방치하게 된다.

이러한 증상은 초경 때부터 혹은 20대 전후로 시작되기도 하지만 분만 후에도 나타날 수 있는데, 분만 후 생리 과다로 빈혈이 오면 피로감이 심해져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무기력해지거나 감정적으로 예민해져 짜증을 잘 내게 되기도 한다.

빈혈을 일으키는 원인은 영양 섭취 부족, 지혈 기전 이상, 자궁과 난소의 이상, 호르몬 계통의 문제 등을 꼽아 볼 수 있는데, 이외에 자궁의 기형도 원인으로 꼽힌다. 자궁 기형은 아직 생소한 얘기처럼 들리지만, 일반적으로 5.5%~9%의 유병율을 보이므로 비교적 흔하다고 볼 수 있다.

자궁 기형의 유병률은 불임환자에서 8%, 자연 유산을 겪은 경우에 13.3%, 자연유산과 불임이 있으면 24.5%라고 한다. 자궁 기형의 유형과 관련해서는 일반적으로 궁상(활모양) 자궁이 가장 많고, 산과적 위험도가 높은 사람에서는 중격 자궁이 많다. 엄마 자궁 속에서 태아가 발육하는 초기에 두 개의 관이 융합하면서 자궁이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 오류가 생기면 궁상 자궁, 두 자궁, 두뿔 자궁, 중격 자궁 등의 기형적 자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기형자궁 환자들 중 50% 정도는 증상이 없다고 하나, 그 외에서는 빈혈은 물론이고 불임, 초기 또는 만기 유산, 자궁 밖 임신, 조기 분만, 태위 이상, 저 출생 체중아, 전자간이나 태반 조기 박리 등의 증상들이 흔히 발생하고 자궁파열, 제왕절개 가능성 역시 높아진다. 태아의 위치가 둔위이거나 횡위가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다 생리의 경우도 기형 자궁으로 인해 자궁 내벽이 넓어져서 정상 자궁을 가진 경우 보다 생리양이 더 많이 만들어져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궁 기형의 진단은 엠알아이나 복강경 등의 도움 없이도 복부 또는 질 초음파로도 주의 깊게 보면 알 수 있는데, 좀 더 정확한 진단은 월경주기 상에서 배란 이후 시기나, 임신 초기에 초음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시기에 따라 다른데, 사춘기에서 결혼 전까지는 호르몬제 투여, 철분제 복용, 진통 진경제 등으로 빈혈과 생리통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고 결혼 후 유산이나 불임이 문제가 될 경우에는 자궁경 치료가 필요하다. 출산을 다 끝낸 경우라면 부인과를 찾으면 된다. 단, 정밀한 초음파 진단을 할 수 있고 고주파 용해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면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혹시 우리의 딸, 며느리, 아내가 과다출혈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 자궁기형 때문은 아닌지 잘 살펴보아야 할것이다.

<도움말: 남장현 산부인과 남장현 원장>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