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창의·융합형 인재에 달렸다
PSM(professional science master) 과정이 국내 대학에 도입된 건 6년 전인 2012년이다. PSM은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경영, 정책, 커뮤니케이션 등 이공계 출신에게 부족할 수 있는 인문·사회과학적 소양을 제공한다. 인문사회계 출신에게는 과학지식을 심어주고 이를 결합해 기초과학 성과물을 창의적으로 혁신해낼 수 있게 하는 융합형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이런 목적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사업의 혁신 인력 양성 프로그램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PSM을 처음 도입한 나라는 미국이다. ‘100년의 미래 PSM’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 대학들이 본 과정을 본격적으로 운영한 것이 1990년대 중반이었다. 융합형 인력이 미국의 미래라고 판단한 정부는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약 15년간 미국과학재단(NSF)을 통해 이들 대학을 지원했다. 뿐만 아니라 PSM을 통해 만들어지는 고급인력이 기업 성장과 창업, 일자리 창출을 담당할 것이라 확신하고 비영리 자선단체인 슬로언재단도 PSM 확산을 위해 2200만달러를 기부해 돕고 있다. 당시 95개 미만 대학에 설치됐던 PSM 석사과정이 20여 년이 지난 현재 164개 대학 356개 과정으로 확산 운영되고 있다. 연방정부와 민간단체가 발 벗고 개별 대학에 지원을 지속했던 이유는 자명하다. 20년이 막 지난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컬어지는 대표적 스마트형 혁신을 하루가 멀다 하고 만들어내는 기업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다.

4차 산업혁명 위한 전문가 양성 시급

[한경 BIZ School]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창의·융합형 인재에 달렸다
현재의 기술과 지식 흐름을 보면 굳이 산업혁명이라 명명하지 않더라도 신기술 패러다임의 출현을 부정할 수 없다. 하늘을 지배해온 여객기 시대에 새로운 기술 융합으로 탄생한 ‘사람이 타는 드론’의 등장이 이를 설명한다. 이 같은 변혁과 혁신을 우리도 만들어내야 한다. 그 주인공은 지식의 원천에 접근할 수 있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들을 만들어낼 혁신 인력이다. 새롭게 출현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나타나는 기술 비약을 읽어내고, 이를 혁신으로 실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양성돼 있다면 구시대의 기술 시스템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혁신적인 전문가들이 신성장 산업을 찾아내고 새로운 항로를 개척해 한국을 큰 바다로 이끌 테니 말이다.

우리가 급격한 혁신기술의 산물이라 여긴 신상품들이 실제로는 점진적이고 조용한 혁신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1960년대 후반 혁신 상품으로 평가받던 ‘팩시밀리’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1855년 전기화학에 대한 원천기술과 지식을 갖추고 있던 캐셀팬이란 회사 소속 혁신가의 노력 덕분에 상품화된 것이다. 지금은 흔한 디지털카메라는 1921년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박사의 ‘광전효과’란 원천 지식을 활용, 80여 년에 걸쳐 사업화한 것이다.

PSM 활성화가 창의혁신 이끌 열쇠

석탄연료가 석유와 전기로 바뀌는 기술 패러다임 시기, 산업혁명이 1차에서 2차로 변화되는 그때 후발 국가였던 독일과 미국이 영국을 추월해 선진국으로 변신하는 계기를 잡았다. 핵심 동인은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R&D) 활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대학을 통한 고급 인력 양성 정책으로 요약된다. 특히 독일이 그랬다. 당시 선진 영국을 따라잡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패러다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직도 컴퓨터, 인터넷, 디지털화의 연속적인 기술 변화로만 와 닿는 점이 그렇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찾아낼 혁신역량을 갖춘 인력만 충분하다면 우리가 그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다.

대학 내 산학협력과 벤처, 창업, 취업분야에서 20여 년간 일한 필자는 대학생들이 원하는 그럴듯한 일자리가 어떤 것인지 잘 안다. 대학에서 혁신과 창업, 기술사업화를 가르치면서 기업들이 원하는 그럴듯한 인재가 누군지도 잘 안다. 특히 대학교육이 보편화된 지금, 한국 기초과학 성과물의 사업화를 담당할 교육 프로그램인 PSM의 미래 성공 모습은 미국 대학의 사례가 잘 보여주고 있다. 잘 교육받은 이들이 한국 4차 산업을 이끌 것이다.

< 한정희 홍익대 스마트도시과학경영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