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마냥 국회 입법조치만 기다릴 수 없어"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30일 법제처에 새로운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는 적극적인 법규 해석을 당부했다.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박범계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위 사무실에서 진행된 법제처 업무보고에서 "입법의 사각지대가 있고, 기존 입법을 사법기관에서 해석·적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법제처가 새로운 정부의 국정철학에 맞춰 적극적인 법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과정도 복잡한 입법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행정법규 해석만으로 공약을 실현할 방안이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날 법제처는 업무보고 자료 외에도 옛 전화번호부를 연상케 하는 두께의 '정책공약 입법사항 검토'라는 책자를 준비했다.

박 위원장은 "며칠째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데 대부분 입법조치가 필요한 과제들"이라며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마냥 국회의 입법조치를 기다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지혜를 잘 짜내 적극적으로 법규명령을 해석하면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하지 않아도 상당 부분 공약이 가진 소기의 성과를 낼 지점도 꽤 많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를 맡은 박 위원장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과 한일군사보호협정, 세월호 참사 등 박근혜 정권에서 논란이 됐던 사안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지나간 얘기지만 (법제처가) 저와 참 많이 부딪쳤다.

법제처가 가진 전문기관 성격을 존중한다"면서도 "기존에 확립된 법 원칙에 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법제처가 법의 해석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wi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