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태평양 따라 '꿈의 도로'를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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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 여행작가의 좌충우돌 미국 여행기 (3) 몬터레이
캘리포니아 대표 도로 '17마일 드라이브'…햇살과 쪽빛 바다 황홀하게 어우러져
145㎞의 해안선 따라가는 '빅서 구간'…기암괴석·바다코끼리와 만나는 야생 로드
1940년대까지 정어리 잡으며 먹고살던 어촌마을 대변신
낡은 공장이 레스토랑·부티크로
17마일 드라이브 끝엔
예술가들의 마을 카멜 자리잡아 개성 넘치는 카페·갤러리 가득
캘리포니아 대표 도로 '17마일 드라이브'…햇살과 쪽빛 바다 황홀하게 어우러져
145㎞의 해안선 따라가는 '빅서 구간'…기암괴석·바다코끼리와 만나는 야생 로드
1940년대까지 정어리 잡으며 먹고살던 어촌마을 대변신
낡은 공장이 레스토랑·부티크로
17마일 드라이브 끝엔
예술가들의 마을 카멜 자리잡아 개성 넘치는 카페·갤러리 가득
아련한 캘리포니아의 옛 추억 속으로
사실 몬터레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정어리(Sardine)’다. 이 작은 생선을 빼놓고는 도저히 이 도시를 설명할 수 없다. 194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몬터레이는 그야말로 정어리 하나로 먹고사는 동네였다. 물론 연어나 넙치 같은 온갖 해산물이 잡혔지만 한 해에 20만t 넘게 잡히는 정어리에 비교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계 2차대전 후 몬터레이 만의 정어리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도시의 영광도 함께 저물기 시작했다. 올드 피셔맨스 워프(Old Fisherman’s Wharf) 메인 통로에 들어선다.
쪽빛 바다의 황홀한 풍경 이어진 17마일
어업이 호황을 이루자 자연스레 생선 통조림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세계대전 발발은 이에 불을 지폈다. 선착장 주변에 세워진 통조림 공장들은 점점 영역을 넓혀 오션 뷰 대로(Ocean View Blvd)까지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이 바로 ‘캐너리 로(Cannery Row)’다. 우리말로 하면 ‘통조림 공장 골목’이라는 뜻이다. 대공황기의 몬터레이 풍경과 노동자의 생활상을 그린 존 스타인벡의 동명 소설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산업의 중심이 바뀌면서 할 일이 없어진 공장들은 레스토랑이나 부티크로 변모했고, 비린내 나던 거리는 말끔한 쇼핑 단지가 됐다. 그래도 거리 곳곳에는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흔적들이 남아 있다. 건물이나 간판에 새겨진 ‘몬터레이 통조림 회사’, ‘정어리 공장’ 같은 문구들이다. 광장에 있는 스타인벡 기념비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몬터레이에는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도로가 있다. 퍼시픽 그로브(Pacific Grove)를 시작으로 몬터레이 반도의 해안가를 둥글게 도는 17마일 드라이브(17miles Drive)다. 세계적인 골프장 페블비치 코스와 대부호들의 호화로운 저택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니 간단한 지도를 건네준다. 델 몬트 숲(Del Monte Forest)부터 버드 록(Bird Rock), 더 론 사이프러스(The Lone Cypress), 포인트 조(Point Joe) 등 21개의 전망 포인트들을 제법 꼼꼼하게 소개해 놨다. 햇살이 가득 담긴 싱그러운 들판과 쪽빛 바다의 황홀한 풍경이 끊없이 펼쳐진다.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까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운 시간이다. 새들과 바다사자의 천국인 버드 록 포인트를 지나 17마일 드라이브의 백미라고 불리는 더 론 사이프러스에 멈춰 선다. 기암괴석 위에 사이프러스 나무 한 그루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250년이 넘는 세월을 같은 자리에 홀로 서서 태평양의 거친 파도와 해풍을 견뎌냈다. 마치 동양화와 서양화를 섞어 놓은 듯한 오묘한 풍경이다. 근처에 있는 고스트 트리(Ghost Tree)도 볼 만하다. 비바람에 하얗게 고사한 나무들이 기괴한 형태로 여기저기 널려 있다. 해무까지 더해지니 정말 이름처럼 으스스하다.
개성 넘치는 간판과 카페가 이채로운 카멜
대륙과 대양이 절경을 이루는 빅서 구간
1832년 빅스비 협곡 사이로 다리가 놓이면서 비로소 통행이 자유로워졌다. 캘리포니아 해안도로 여행에 지대한 공을 세운 셈이다. 다리 북쪽에 있는 주차장 전망대도 좋지만, 반대편에서 태평양을 배경으로 두고 바라보는 빅스비 다리의 모습이 특히 장관이다.
청정자연 느낄 수 있는 주립공원 즐비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것만이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의 매력은 아니다. 곳곳에 청정자연을 그대로 담은 주립공원들도 놓칠 수 없다. 줄리아 파이퍼 번스 주립공원(Julia Pheiffer Burns State Park)으로 향한다. 야생 꽃들이 가득한 트레일을 따라 한참을 내려간다. 곧이어 코발트 빛깔 해변이 나오고 그 유명한 맥웨이 폭포(Mcway Falls)가 모습을 드러낸다. 1년 내내 끊임없이 흘러 ‘마르지 않는 폭포’라는 별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24m 높이의 절벽에서 낙하한 물줄기는 파도를 따라 바다로 유유히 흘러간다. 규모가 큰 것도, 유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자꾸만 보게 된다. 마치 ‘움직이는 수채화’를 보는 것처럼 신비롭다.
그중에서도 남쪽 끝에 있는 차이나 코브(China Cove)는 반드시 들러봐야 한다. 땅 깊숙이 파고든 만 사이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스며든다. 마치 비밀의 해변을 발견한 기분이다. 트레일은 깁슨 비치(Gibson Beach)와 버드 아일랜드(Bird Island)로 이어진다. 고래 등처럼 솟아오른 땅 위로 까만 새들이 날아든다. 그 뒤로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가 눈부시게 아름답다.
▶여행정보
렌터카는 국내에서 온라인을 통해 예약하거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에서 직접 빌릴 수 있다. 알라모나 허츠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비용은 회사, 차량, 보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중소형 차량(풀 패키지 보험) 기준 6만~7만원 정도다. 미국의 교통법규는 한국과 다르고 주마다도 다르다. 여행 전 미리 숙지하는 것이 좋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1으로 진입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샌프란시스코 출발이라면 101번 국도를 타고 샌타크루즈까지 내려와 진입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17마일 드라이브는 사설 도로로 차량 한 대에 10달러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북쪽의 ‘퍼시픽 그로브 게이트’에서 시작해 ‘카멜 게이트’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줄리아 파이퍼 번스와 포인트 로보스 주립 자연보호구역의 입장료도 차량 한 대에 10달러다.
몬터레이=글·사진 고아라 여행작가 minst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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